by
이숲오 eSOOPo
Jun 14. 2023
진정鎭靜이 전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는 것이 전부다.
격앙된 심리와 통증을 가라앉혀 고요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들뜨지 않게 진정하는 것이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오독하지 않는 요령이다.
흥분은 일을 활기차게 펼쳐놓기에 적절하나 흐트러진 일들을 모아 정돈하기에는 진정이 유용하다.
흥분은 자발적으로 생성되지만
진정은 의지를 가져야 발생한다.
진정은 능동적 행위에 속한다.
흥분시키고 흥분하는 것은 범인凡人도 가능하나
진정시키고 진정하는 것은 리더나 강한 자의 능력.
좋은 마무리에는 진정이 놓여 있고
상처의 전환점에는 진정이 개입한다.
화가 많은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이유 없는 사건 사고들이 즐비하다.
주위에는 진정을 방해하는 음식들과 사물들이 차고 넘친다.
자극해야 소비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흥분을 먹고 산다.
진정된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
흥분된 소비자만 초대하고 우대한다.
그들은 끝도 없이 흥분할 준비가 되어 있고 흥분되어 있으며 달콤했던 흥분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 글쓰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진정하지 않고서는 문장 하나 온전하게 써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글을 쓰다가 *라이터스 하이 Writer's High를 느끼는데 이는 일반적 흥분과 다른 내적 요동이다.
*'라이터스 하이' 이런 말은 없다. 내가 만든 조어다. 글을 일정하게 쓰다가 불쑥 느끼는 환희나 내적 충만을 이렇게 표현해 보았다.
진정眞正이 전부다.
올바르고 참된 것이 전부다.
진실되고 바르지 못한 것은 쉽게 가는 듯 보이나 결국엔 가로막힌다.
진정이 귀한 요즘이다.
진정을 유혹의 의도로 오해되기도 한다.
진정만이 인간의 열길 속을 통하는 유일한 열쇠다.
진정 아닌 것들의 누추함을 익히 경험한 바 있다.
겉도는 이야기, 칭찬을 과장한 위선들.
그런 류에서는 누가 되지 않고 존재가능하나 진정의 자기장 내에서는 버텨내지 못한다.
진정은 진정 아닌 것의 무모함을 잘 안다.
그래서 감지가 잘 되고 저절로 꺼려진다.
진정 아닌 것은 진정 앞에서 맥을 못 춘다.
글쓰기에서도 진정은 글을 글이게하는 힘이다.
진정을 담지 않은 글은 거칠고 쉽게 읽히지 않는다.
눈에서 거슬리고 가슴에서 밀어낸다.
그러므로 글쓰기는 고백성사 같은 진정의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