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un 13. 2024

써보면 안다 4

0732


안 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을 계속하다가
안 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을 안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안 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을 간헐적으로 하느냐 지속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다.


세상의 일은 거칠게 구분하자면 안 해도 되는 일과 안 하면 안 되는 일로 나뉜다.


안 해도 되는 일은 대체로 안 하다 보니 안 해도 되는 일이 된 것이고 안 하면 안 되는 일은 시나브로 하다 보니 아니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되어 버린 경우가 잦다.



가령, 안 해도 되는 일이 안 하면 안 되는 일이 되는 경우를, 다리를 꼰 상태에서 생각해 보면,


일의 가치나 일의 질이 변형된 경우인데, 일이 변신술을 발휘했다기보다는 일을 대하는 애티튜드의 변질에 있겠다.


안 하면 아니 되는 일이 안 해도 되는 일이 될 때보다 안 해도 되는 일이 안 하면 안 되는 일이 될 때의 상황이 더 흥미롭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무에서 유에로의 이동만큼 코끝을 간질거리는데, 이때 꼰 다리를 풀고 45도 각도로 고개를 돌려 창공의 구름에 시선을 두고 볼에 바람을 넣어 보자.


고백건대, 처음 안 해도 되는 일과 안 하면 안 되는 일을 언급할 때는 분명하게 자신의 영토를 차지하던 이미지가 계속 중얼거리다 보니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건 당연한 결과이다.


쓸모와 쓸모없음, 효율과 비효율, 가치와 몰가치 따위도 서로의 영역을 공유하는 측면이 큰데, 미시적으로 보거나 얼핏 보기에 서로의 간극을 과장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탓이다.


아무튼 안 해도 되는 일이 어찌하다 아니하면 안 되는 일이 된 것일까로 돌아와서 다시 입맛을 다시면서 고민해보자.


안 해도 되는 일도 계속되었을 때, '아름다운 저주'를 받아 안 하면 안 될 수 밖에 없는 품격을 선사받게 된다.


안 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던 그 일이 멈추는 순간 그 일은 안 하면 안 되는 일로 거듭 태어남을 자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이 달라지지도 않았지만 반복되어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할 수 없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할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일을 할 때보다 더 강력해지는 것은 더이상 이 바닥에서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꼬았던 다리를 풀고

꼬였던 마음을 풀고

날마다 써보면 안다.

매거진의 이전글 땡땡 페티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