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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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미정 시인
모든 야구는 거대한 야구성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야구성 안에 들어가기 위해선 야구모자를 써야 했다 야구모자는 비쌌고 넌 가난한 야구처녀에 불과했다 사실 가난한 야구처녀란 존재하지 않았다 가난하면 야구모자를 쓸 수 없다 누구도 널 야구처녀로 인정하지 않았다 넌 너만의 야구처녀였을 뿐이다 너는 늘 야구성 밖을 서성였다 관중의 환호성을 들으며 야구를 상상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어느 날 한 개의 공이 너를 찾아왔다 넌 그렇게 믿고 있다 한 번의 타격으로 벽을 넘은 공은 흔치 않았고 가격은 벽만큼이나 높았다 넌 그런 공을 주워다 팔기 시작했다 느리긴 했지만 돈이 모여갔다 야구성을 향한 너의 열망도 서서히 성문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날 너는 마지막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은 그날따라 너의 두 손을 외면하고 머리로 향했다 경기가 끝나고 야구모자를 쓴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야구아이들이 소리쳤다 검붉은 피로 엉킨 야구공이다 처음 보는 야구다 야구어른들은 야구아이들에게 충고했다 야구는 몹시 위험한 경기란다 야구모자를 쓰고 견고한 야구성 안에서 오래된 규칙에 따라 해야 한단다 야구어른들은 야구아이들은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아이들의 눈으로부터 너의 미소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비록 야구성 밖이었으나 그토록 사랑하던 야구에게 살해당한 너는 행복했다 부서진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이제 야구모자 따위는 필요치 않은 너만의 야구성으로 떠났다 그건 야구성 안에서 경기를 바라만 보던 사람들은 결코 날릴 수 없는 역전의 홈런이었다
<야구처녀의 행복한 죽음>은 개인의 꿈과 열정이 어떻게 사회적 구조와 충돌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시였습니다. 결국, 야구 처녀는 사회의 규칙과 불평등 속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꿈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의 외로움과 고독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의 홈런이라는 시어에서 이러한 감정이 강렬하게 전달되어, 제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좋은 시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경 작가님. 강경 작가님의 글 전문을 낭송하려고 했으나 점심시간이 끝나버려서 첫 번째 시까지만 낭송하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더위 속에서도 작가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