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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Jul 11. 2024

파편의 소음

매미 시절, 그때만 하더라도

좀 애를 써서 시를 썼어요.

시를 읽을 때도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시가 뭔지 아직 몰라요.

그러니 좋은 시가 뭔지는 더더욱 모르고요.

그저 시 같은 것을 적자는 마음뿐이죠, 지금도 그래요!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에는 시를 쓸 때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만 들어도 신경질이 났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누군가 와서

그만 쓰라고 훼방 놓아주면 감사합니다.

제 시에게 가장 좋은 일이 그런 일인 것 같거든요.

쓰다가 버려지는 일이요, 하하하.



너무 애를 써서 쓴 시들을 이후에 읽어보면,

어머나! 하고 저도 화들짝 놀랄 만큼

뻣뻣이 얼어있는 느낌이거든요.

아니, 근육이완제를 먹여야 하나? 할 만큼요.

얼어붙은 시, 경직된 마음.



그래서, 파편의 소음이 좋아요.

그 조각난, 파편.

파편난 소음은 인간적이잖아요.

인간적인 소음, 따뜻한 소음.

너그러운 폭을 주니까요.

잘못하면 몰살당할 수도 있지만,

파편난 소음에 몰살당할 거라면 이미 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게 더 낫죠.

아무렴,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이 모르듯

제 시도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신경질이 났던 시라면 Bye Bye.

얼어붙은 시, 잘 가요.



좀 너그럽게 보려고요.

그건 시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거예요?

시는 욕망이 아니니까요.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시는 존재하죠. 그 자리에서.

시로선 참 쉬운 일이에요.

그냥 거기 있으면 되니까요.



만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면

날씨가 너무 더웠던 탓이라고 할래요.

날씨 탓,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파편의 소음은 인간적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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