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시절, 그때만 하더라도
좀 애를 써서 시를 썼어요.
시를 읽을 때도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시가 뭔지 아직 몰라요.
그러니 좋은 시가 뭔지는 더더욱 모르고요.
그저 시 같은 것을 적자는 마음뿐이죠, 지금도 그래요!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에는 시를 쓸 때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만 들어도 신경질이 났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누군가 와서
그만 쓰라고 훼방 놓아주면 감사합니다.
제 시에게 가장 좋은 일이 그런 일인 것 같거든요.
쓰다가 버려지는 일이요, 하하하.
너무 애를 써서 쓴 시들을 이후에 읽어보면,
어머나! 하고 저도 화들짝 놀랄 만큼
뻣뻣이 얼어있는 느낌이거든요.
아니, 근육이완제를 먹여야 하나? 할 만큼요.
얼어붙은 시, 경직된 마음.
그래서, 파편의 소음이 좋아요.
그 조각난, 파편.
파편난 소음은 인간적이잖아요.
인간적인 소음, 따뜻한 소음.
너그러운 폭을 주니까요.
잘못하면 몰살당할 수도 있지만,
파편난 소음에 몰살당할 거라면 이미 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게 더 낫죠.
아무렴,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이 모르듯
제 시도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신경질이 났던 시라면 Bye Bye.
얼어붙은 시, 잘 가요.
좀 너그럽게 보려고요.
그건 시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거예요?
시는 욕망이 아니니까요.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시는 존재하죠. 그 자리에서.
시로선 참 쉬운 일이에요.
그냥 거기 있으면 되니까요.
만일의 경우,
그렇지 않다면
날씨가 너무 더웠던 탓이라고 할래요.
날씨 탓,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파편의 소음은 인간적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