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인문학
전에 썼던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은 어떻게 대체 불가능할 수 있을까 라는 글에서는 인공지능+로봇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는 마당에 인간의 창의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고 고민을 했었다.
인공지능이 하는 글쓰기와 작곡, 그림 그리기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서 조합하고 최적의 답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렘브란트의 작품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렘브란트의 화풍을 모방해서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과연 렘브란트가 자신의 화풍을 만들기까지 한 그의 고민, 생각 기반, 철학, 사상이 담겨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가 답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우리의 질문에 답을 할 때 직설적이고 돌려 말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썼었다.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어도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
이때 내가 내린 결론은 (인간의) 창의력이란 "메타인지"로 맥락을 파악하고 조합을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인간은 철학(곧 생각)을 해야 하며 철학을 해야 인공지능으로 인해 대체되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최근에 미드저니라는 그림 그리는 AI가 예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드저니는 4가지 키워드를 넣으면 그림을 그려주는 ai 프로그램이다. 화풍이야 원래 각 사람마다 취향을 타는 법이긴 하지만 ai 기술이 너무도 정교해져서 어찌 됐든 전문 화가만큼 아니 그 이상의 퀄리티의 그림을 그려낸다.
미드저니가 그렸다는 그림은 검색하면 예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확인해보실 수 있으면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한다. 정말로 고퀄의 그림을 그려낸다.
들려오는 말에는 미드저니를 활용하여 그림을 그려낸 뒤 시험 삼아 nft로 만들어 팔아봤다는 경험담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팔렸다는 후문도 존재하니, 결론적으로 ''그런 세상''이 되었다....
그것을 너머 소셜미디어에서 미드저니에 대해 이런저런 논의를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관련 소식이 바로 그냥 그림, 그냥 작곡을 넘어서 AI가 캐릭터, 스토리, 아트워크, 더빙 등 게임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만들어 이것들을 조합하여 제작된 게임이 스팀에서 한화 55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인공지능이 단독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나 작곡한 것은 양심상으로 직접 제작한 상품처럼 팔기는 어려워도 이들을 조합해서 게임으로 만들어 내면 저건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인 "맥락 조합"의 역할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자기가 제작한 상품이라고 해서 팔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다시 말해, 이제 게임 시장에 AI가 만든 재료들을 활용해 인간이 자신의 창의력을 더해서 만들어진 게임들이 많아질 거라는 얘기고 이것이 어떤 트렌드나 기회를 가지고 오게 될지 흥미진진해졌다는 것.
"내가 (글쓰기, 그림, 작곡, 프로그래밍) 실력이 없어서...."라는 말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이미 와버렸다.
최근 너무 그 퀄리티가 높아진 AI일러스트에 대한 평가 중에는 "보아하니 인간의 미적 창의력과 실력이 이제는 분리된 것 같다."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창의력이 문제다.
그리고 이에 공감하는 개발자들 역시 기술이 이렇게 발달해서 인간의 학습능력보다 월등하게 뛰어나게 되면 진짜 앞으로 뭐해먹고살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피드백을 보았다.
미래 시대의 화두는 진짜로 창의력과 상상력이다.
어차피 인간의 실력은 빠른 시간 안에 수억 개의 데이터를 욱여넣고 학습한 인공지능 기계를 따라갈 수 없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하던가.
앞으로 인간이 AI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키워드(맥락-디테일-)'를 잘 뽑아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싶다.
자기가 해결하고 싶은 혹은 표현하고 싶은 그 키워드의 정교함을 얼마나 잘 상상하여 끌어내고 키워드와 키워드를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인간이 가진 창의력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갈고닦기 위해 자신만의 철학(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