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헌터스는 글로벌적으로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오컬트, 음악, 팬덤의 의식적 보편성은 콘텐츠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by 에클레어

"혹시 케데헌 봤어요?"



좀 지나간 이야기지만 온라인상 지인들의 한동안 화젯거리였고 넷플구독 안 한 나는 한국에 귀국했을 때 가족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이미 휩쓸고 간 트렌드였고 살짝 늦게 본 감도 있지만 스토리 구조와 인간의 몰입을 설계하는 내 입장에서 콘텐츠를 분석한 글은 하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팝 팬도 아닌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봤을까?



아 진짜 너무 재밌게 잘 봤다!!

심지어 분석하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처음 K-Pop: Demon Hunters를 봤을 때 단 10분 만에 확신이 들었다.

https://youtu.be/BlCH3 v7 hdn8? si=PGSnK3 xXLoN18 QeO


초대 헌터스와 그들의 역사가 빠르게 제시되는데도 그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세계관, 감정, 상징이 한꺼번에 응축되어 있었다.


감정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더니 전율이 온몸에 감각적으로 오르면서 눈물이 맺혔다.

감정에서 감각으로 연결되게 한다....!


나는 바로 이 지점이 이 작품의 세계적 바이럴 확산과 성공을 불러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화적 언어‘서사’와 ‘정서’를 동시에 호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이건 한국적 이색성의 성공이 아니라 글로벌 감정 구조를 건드렸기에 성공한 콘텐츠라는 걸 느꼈다.




기존 해석의 한계: 한국 전통의 신선함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평론이 이 작품의 성공을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로 설명한다. 한복, 귀신, 무속 등 한국적 이미지가 서양 시장에서 낯설고 신선하게 읽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의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 작동한 것은 오컬트와 음악이라는 인류 보편적 감정 코드의 결합이었다.


이 두 요소는 문화적 배경을 초월해 모든 세대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한다.




오컬트는 인류가 공유하는 상징체계다



악마, 의식, 퇴마, 정화, 헌터 같은 개념은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K-팝 시장은 좁다. 그러나 국내 기준으로 생각하면 모르지만 오컬트 시장은 서브컬처라고 하기에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크다.


기독교의 구원, 불교의 해탈, 샤먼의 정화 의식 등 이것들은 개념만 다르지 실질상 모두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K-Pop: Demon Hunters는 한국적 미학으로 이 상징을 시각화했을 뿐 그 바탕에는 보편적 서사 구조,

바로 어둠과 싸우는 인간의 의식(ritual)이 자리 잡고 있다.


관객은 언어가 달라도 이 구조를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이건 바로 ‘한국적’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적’이라서 먹힌 이유다.




음악은 고대부터 인류에게 계승되어 왔고 현대의 의례이기도 하다



음악은 원래 주술과 제의의 매개였다. 리듬과 반복은 집단 감정을 하나로 묶는 의식의 언어였다.


K-팝은 이 고대적 감정 구조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계승했다.


무대, 안무, 조명, 팬덤의 합창.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고대 인류의 조상들이 대대로 해온 것이 현대적으로 변용된 집단 의례의 형태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음악적 의식성을 오컬트 서사와 결합했다.


전투는 공연이 되고, 노래는 주술이 된다.


이 결합은 단순한 시각적 자극이 아니라 감정이 의례로 전환되는 체험을 만들어낸다.


https://youtu.be/QGsevnbItdU? si=MrR1 kkgrA9 d9 gu49


이 작품 속 Golden 이란 노래가 빌보드 오르면서 많이 유명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를 더 좋아한다.


이 작품이 정확하게 무얼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든 걸 다 담은 느낌이랄까. 나는 이 노래를 먼저 듣고 무조건 케데헌은 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매기 감독님이 굿판은 최초의 콘서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속을 차용했다고 인터뷰하셨는데, 이 인사이트는 정말 짜릿하다.... 그 인사이트가 제일 잘 담긴 노래라고 본다.



팬덤은 현대 사회의 ‘참여형 의식’이다



K-팝의 팬덤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다. 그들은 참여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공동체다.


응원봉, 해시태그 캠페인, 커버댄스, 팬아트와 같은 팬덤의 문화콘텐츠는 개인의 일상을 콘텐츠 안으로 편입시키는 행위다.


이건 곧 ‘현대의 의식(ritual)’이 디지털화된 형태이기도 하다. K-Pop: Demon Hunters는 이 팬덤적 참여 구조와 맞물린다.


팬들은 단순히 시청자가 아니라 음악과 상징, 캐릭터에 감정적으로 공명하며 집단적 주술 행위를 수행한다.


오컬트가 ‘에너지의 결속’을 상징한다면, 팬덤은 그 에너지를 현대적 방식으로 실천하는 정서적 네트워크 주술이다.


이 작품은 오컬트 상징과 팬덤 문화의 감정 회로가 완벽히 연결된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서사는 상징의 효율적 압축이다



이 작품이 스낵컬처처럼 보인다는 평도 있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단순하며 짧은 걸 좋아하는 도파민 중독된 사회라서 먹혔다는 것. 하지만 단순한 서사는 오히려 상징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다.


Z세대는 짧은 형식 안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감정을 소비한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오컬트 기호 -붉은 원, 황금 혼문, 검, 마법진, 음악의 파동 등- 이 즉시 이해된다. 단순함은 피상적임이 아니라 의식적 리듬의 압축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서사가 너무 쉽고 후킹 잘 만든 음악이나 화려한 영화적 미장센만으로 승부한 가벼운 콘텐츠도 아닐뿐더러 참 치밀하게 설계된 웰메이드 작품이다.


관객이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신화적 구조를 정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매기강 감독님의 기획과 연출, 디렉팅이 참 놀라웠다. 그리고 이를 구현해 낸 제작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드린다.


특히 과거의 초대 헌터들이 작중 헌트릭스의 적으로 등장하는 진우의 가족들로 보이는 이들을 구했다는 점에서 악령 혼혈이자 헌터로서의 양쪽 정체성을 가진 루미가 진우를 구원해 줄 수밖에 없는 복선을 초반부에서 다 깔아 둬서 루미와 진우가 서로 적임에도 바로 마음이 통할 수 있는 개연성까지 잡았다.



결론: 케데헌의 의미는 오컬트, 음악, 팬덤이 만든 현대적 신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K-Pop: Demon Hunters는 단순히 한국 전통을 세계화한 작품이 아니다.


그건 감정 구조의 혁신이자 오컬트(상징)와 음악(정서), 팬덤(참여)이 결합된 21세기형 의식 콘텐츠였다.


이 작품은 종교가 약화된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의례적 경험, 즉 “집단적 감정 공명”을 시각화한 사례다.


서양문화에서는 공동체끼리 연대하는 고대 제례의식이 단절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은 기본적으로 전투용병민족이었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 유랑민족이다.


지리적으로 전투가 빈번한 환경에서 철저하게 수직적 계약관계로 사회시스템이 운영되다 보니 함께 춤추고 노래할 틈이 없었다. 그들의 음악은 그 문화를 반영해서 우리가 아는 서양음악의 역사로 발전했다. 어 그리고 빼먹었는데 애초에 서양문명의 뿌리인 그리스로마문화부터 이성중심주의 사고로 음악을 이해했던 것도 있고- 음악을 공감과 연대의 매개체가 아니라 세계의 질서, 법칙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한국인은 지리상으로 농경민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평적으로 흐르는 공동체의 연대감을 위해 끊임없이 참여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의례가 전해져 올 수밖에 없었고 이를 서양의 음악문화를 우리 방식으로 승화해서 탄생한 K-팝이 계승해서 현대적으로 변주시켰다.


그래서 아마 서양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거 같은데 낯설고, 낯선데 익숙한 그 끌림에 매료됐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문화권에 살고 있는 한국계 동포들이 양쪽 문화권의 감각을 갖고 있었기에 만들 수 있었던 게 바로 이 작품이며, 때문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문화 배경을 많이 차용했음에도 결코 한국에서 만들 수 없던 작품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케데헌 K-Pop: Demon Hunters의 진짜 의미는 한국적 신선함이 아니라 오컬트, 음악, 그리고 팬덤이 결합해 탄생했고 세계적 감성을 자극한 현대적 신화의 구조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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