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같은 하루

뭐, 같은 날...

by Toi et Moi

그래, '뭐' 같은 하루다. '뭐' 같은 날이다. 나를 이토록 무겁게 짓눌러 땅 끝으로 꺼져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 밑에서 들끓어 외쳐지는 비명소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얼굴을 미묘하게 구겨지게 하는 짜증들이 저 밑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라온다.


거무스름하게 회색빛을 띤 날씨가 딱! 내 심정이다. 흐리다 못해 우중충한 맘을 힘껏 생성해버린다. 먹구름 떼가 몰려오고 밀려와 갑갑한 심정만이 가득 껴 온 심정을 뒤덮을 뿐이다. 회색 빛을 입힌 채 반복되는 아침을 맞이하니, 산송장처럼 집을 나선다. 그리고 나름대로 깊게 숨도 들여 마셔보고 후하고 깊게 내뱉어 본다. 그런데 정작 내쉬어지는 것은 한 숨뿐이다. 깊은 한숨이 절로 뱉어지면 발걸음은 더 무거워진다.


또, 지각이다. 암적색 같은 심정을 퉤퉤 내뱉지도 못하고 거무스름하고 묵직한 심정을 정중앙에 들어앉힌 채 아침을 시작한다. 상쾌하고 설레는 아침은 도무지 찾아오지 않는다. 마지못해 상쾌한 아침을 위한 주문도 짠~ 걸어보지만, 아주 잠시일 뿐, 어둠이 드리워진 무표정한 얼굴 속에, 또 감옥을 느끼고 만다.


얕은 호흡처럼 얄팍하게 살아가는 삶이다. 거창하고도 의미 있는 모든 것을 쑤셔 박는다 하여도, 했더라도 이젠 더 이상은 없다. 쑤셔 박을 의지도, 그 의미는 퇴색했다기보다, 별 볼일 없어졌다. 그대로 있으나 여전히 그대로 있지만 도무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저 일상이라는 때에 찌들어 간다. 찌들어버린 때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묵히고 묵혀서 도무지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공고하게 다져내려 간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과, 그런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단순함에 길들여져 안주하는 삶이란 꼴이 참 허무하다. 더 이상 별 볼일 없는 의미가 송두리째 젊음과 시간을, 에너지를 한 번뿐인 내 생의 액기스를 착즙하고 쪽쪽 빨아먹었다는 피해의식이 가득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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