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은 매몰되고, 침몰한다...
‘바. 빠.’ , 정말이지 "바.쁘.다." 분명! 하는 것이 많고,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막상 내뱉어지는 말은, 하는 것 없이 바쁘다. 정신이 쏙 빠질 만큼, 눈알이 빠질 만큼, 어디가 입인지 코인 지도 모르게 정신이 산란하고 바쁘다. 하지만 막상 바쁜 와중에 도통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 얼마나 희한하고, 어처구니없고 아이러니한가? 잔뜩 해 놓고 무얼 했는지 모른다? 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길 가에서 춤추는 풍선인형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휘청휘청 거리며 삐뚤빼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휘몰아치는 일상에 빨려 들어가 마냥 정신없이 휘적휘적 휩쓸리며 떠다니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저 부유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분명히 성실한 삶이다. 그래서 해야 하는 일에 치중하고 해야 할 일에 치인다. 쌓인 일들과 산적한 일들로 더더욱 부침에만 휘휘 휘둘리는 노를 잃어버린 배가 되어 길을 잃어버리는 꼴이다. 그렇게 내 일상은 매몰되고, 침몰한다.
결국 휩쓸려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일상을 오고 간 것이라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이런 일상만 반복한다면 스스로 부여하는 의지와 의미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슬프게도 분명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떻게 여기에, 이 자리에 와 있을까? 그리고 노는 어디로 갔나? 그동안, 목적을 잊고 무엇으로 살아왔나? 로봇인가? 의식할 시간조차도 없이 마구 자동적으로 해내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나 목적이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자동화된 기계 같은 삶이라 해야 하나?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직업적 역할에 치중하는 삶인지? 충실한 삶인지? 책임감을 나쁘다 할 수 없으나, 최선을 향해 달려가던 나의 숨참이 더는 뿌듯함이 아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지도 모르게, 내 꿈과 방향은 밤에 꾸는 꿈처럼 휘발되어 날아간 것이다. 대게는 아침이면 무슨 꿈을 꾸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꿈 따위는 망각해도 일상은 잘 돌아간다. 오히려 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늘 그렇듯이 생활은 유지되고 반복된다. 그러나 하고픔에 관한 열망으로 하루를 구축해 만들어가거나 습관화하지 못한 채, 어느덧 고단한 일상에 너무나도 잘 길들여져 지낸 것이다. 그런데 이러고 말 것인가? 갈수록 일상에 익숙해지고 안주하니, 길들여지고 굳어지기에 더 헤어 나오기가 어려워지고 말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어찌나 책임감 있으나 어찌나 불성실함을 나에게로 금 필요로 하는지 말이다. 성실함이, 이러한 열심히가 내게 무슨 소용인가?
어디선가 본 글귀가 떠올랐다. 인간의 정체는 실현이 아니라 안주라고. 안정 아닌 안주. 성실하게 안주함으로 나는 무엇을 바랐을까? 시간만 야금야금하더니 덥석 나조차 집어삼켰음을 깨닫는다. 알맹이는커녕, 이도 저도 아닌 하루를 만들어 왔음을 직감한다. 일상에 매몰되어 잊어버렸다. 잊어버린 채 살았다. 묻혀버리는 것과 깊이 파고들어 빠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분명 매몰과 몰입은 다르다.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가 모든 것을 다 삼켜버렸다. 휴식이라는 말로 치장하고,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자신이 희미해져 버렸다. 정신없이 바쁜 허울에 속아, 휩쓸려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 일상을 오고 갔다. 서른이 되어서는 만으로 꼬박 20대인 척하며 현실 직시?를 억지로 미루고, 진짜 나이 맞이를 미루고 미루다가 빼박의 30대가 되어서야 미루어 왔던, 묻힌 것들에 지금에야 마주 선 것이다.
*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