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 혹은 동굴 전략

  마음이 아플 때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좌절과 낙담이 물밀려 오면 한없이 고립되어 땅끝까지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기 보호로 방어이다. 땅굴 속에서 곱씹어 보는 후회와 자책, 자괴감에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아도 볼 테다. 그럴수록 아이러니컬한 건 땅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더욱더 깊은 땅을 파고 들어가게 된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생각할수록 문제에 매몰된다. 그래서 문제에 더 헤어 나오기가 힘들어지고 생활패턴도 무너지고 만다. 문제에 함몰되고 유독한 생활방식이 습관이 된다면,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을 위험성이 도사린다. 바꿔 말하면 땅을 힘들게 파서 들어간 만큼이나 깊이 판만큼 다시금 힘들게 땅굴 안에서 구덩이를 짚고 올라와야 한다. 그리고 억울한 건 다 올라오면 원점에서 다시 재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낙담하고 좌절했을 때 땅을 파지 않는 게 좋다. 문제에 골몰하기보다는 일단 문제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바람을 쐬는 게 낫다. 문제에 관한 한 제대로 된 합리적 숙고와 성찰로 적극적인 사고는 도움이 되지만 땅굴 파기는 그런 게 아니다. 원치 않음에도 수동적으로 반복되어 떠오르는 생각이나 부정적 감정으로 점철되는 사고와 감정 덩어리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늪처럼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할 뿐이다.

  그래도 숨고 싶을 수 있기에 숨고 싶은 심정이라면 땅굴에 들어가기보다는 차라리 동굴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추천한다. 물론 동굴 안에서 오랜 시간 있을 필요는 없다. 문제의 강도에 따라 다 다를 테지만 아무리 중대한 문제라도 최대한 1년을 넘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3번 이상 고민해도 뾰족한 수가 안 나온다면 더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3번 생각을 끝냈다면 수를 찾았든 못 찾았든 기필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만 준비하면 된다. 그래서 준비가 되었다면 바로 신뢰 가능하고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땅굴파기는 적극적이고 현명한 문제 해결의 길이 아니다. 더 상처 받지 않기 위함으로 선택한 방어 전략임에도 상처를 더 곪게 만든다. 이러한 자기 보호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상처를 입히고 만다. 의도치 않아도 피치 못하게 상처를 준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상처를 주고받는 게임에서 벗어나자. 아프다고 상처를 방치하지는 말자. 물론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면 따갑고 아프다. 그런데 이런 아픔과 덧나는 아픔을 구별해야 한다. 결국은 비록 상처를 받더라도, 생산적인 배움의 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과 자신의 생을 돌보는 것이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미친 짓이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 아인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