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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Inner Life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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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i et Moi Apr 11. 2021

한국인의 공통성

공통적 결함

  에히리 프롬에 따르면, '문화권에 속한 대부분의 구성원에게는 공통된 성격을 공유하고 공통된 성격구조를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성격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사회 문화적 유형에 의해 성격이 형성되는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문화적으로 정형화된 성격과 결함이 있다는 뜻이자, 개인에게 미치는 환경적 지배력이 있음을 뜻한다.


  사회적 성격과 개인적 성격은 구분되어야 하기에 사회적 성격은 사회 환경에 영향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하지만, 뿌리 깊게 내려 개인으로 성격화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까 개인적 성격의 미확립 상태 혹은 사회적 성격으로 살고 있지만 상황상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 경향도 엄연히 있다.


  그럼 한국인의 공통된 사회적 성격을 말해보려 한다. 개념적으로나 이론적으로는 많이 밝혀져 있으나 활자만을 읽어서는 체감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므로, 영화 속 인물들의 공통된 성격으로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특히 부정적 측면에서 먼저 조명해보기에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게 되면.. 보이게 될 것이다.


  우선 영화에서 배우 이경영, 김의성으로 대표되는데 그 외에도 너무 많다. 그래서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 국가 부도의 날의 차관, 천문의 영의정, 암살에 강인국과 염석진, 베테랑의 최상무와 서도철, 광역수사대 총경, 더 킹의 한강식과 박태수, 남산의 부장들의 곽상천, 내부자의 이강희, 킹덤의 조범팔과 이방 나홍수, 기생충의 기택과 동익 등이다. 드라마 속 인물까지 포함한다면 셀 수 없이 많다.

  

  영화상 인물들은 배경도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경제 상황도 조건도 시대도, 연기한 배우도 다 다르지만, 각 인물들은 마치 붕어빵을 찍어낸 듯이 성격이 데칼코마니 같다. 이러한 인물들이 한국 영화에 자주 출현하는 성격이라면, 바로 한국 사회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던 인물의 성격을 투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사회적 환경이 조성하는 문화적, 사회적 성격이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 영화 속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을 좀 더 살펴보자면, 기회주의자적 성격을 띠고, 현실주의자로 보인다. 세속적 성공을 열망하고 철저히 약육강식,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거나, 강자의 편, 대세의 집단에 어떻게든 속하려고 하여 줄을 잘 서려고 한다. 그만큼 눈치와 상황을 빠르게 읽고 신속하게 강자와 약자에게 대처한다. 그래서 재빠른 손익계산으로 비위를 잘 맞추는데 이러한 성향이 노골적으로 거칠게 드러나느냐, 얌전히 드러나느냐, 스스로 확신을 갖고 행하느냐, 부딪힌 상황에 따라 출현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한국 영화에 되풀이되는 인물인 만큼 부정적 사회적 현상으로 드러난 꼰대, 갑질, 권위주의 문화 한 단면의 큰 축을 담당한 인물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라면 각 개인이 처한 상황과 사건은 달라도 비슷한 인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해왔고 자신도 비슷한 마음을 가져보며, 부분적으로 직간접적으로 체감해보았을 것이다. 인정 여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물론 제시한 예가 극 중에서 부정적 측면에 바라보았기에 극화된 면을 배제하면 자극적인 면이 빠지니 공통 속성이 현실 세계에서나 개인의 삶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주하는 진실은 언제나 불편한 법이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결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차피 이미 익히 알게 모르게 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부정적 측면에서 바라본 공통된 속성이 곧 강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런데 강점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건 사회적 지배력을 넘어서 개인의 몫이자 책임기에 강점으로 뒤집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부여하고 조성하는 성격을 개개인이 인식하고 자각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일종의 사회적 껍질의 자각이자 탈피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영상 속이나 현실 속 한국인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면, 성공의 자리를 결정해놓고 미친 듯이 달려간다. 권력, 돈, 명예, 혹은 생존을 향해 돌진하는 어마한 탐욕과 열망을 지녔다. 이를 좀 더 솔직히 바라보자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성공의 결과물이자 공통된 욕구이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지닌 동일선상의 욕구를 쟁취하기까지 한국인이 가장 역동적이고 재빠르게 움켜쥘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 사회 문화적 지배하에 형성되는 성격의 감지와 탈피를 돕기 위해 다음의 영화를 추천한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라는 이란 영화이다. 이 영화는 환경적 지배력에서 탈피한 정도에 따라 동일 사건을 서로가 상이하게 주관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조성한 성 역할, 계급, 종교, 문화 영향에 따라 서로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속 각각의 인물들은 같은 시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에 관해 다른 해석, 다른 기억, 다른 논쟁으로 진실 여부를 가려나가게 된다.


  그런데 비극적인 건 각자가 세운 성격이 망가지기를 원하지 않기에, 각자의 눈으로 믿고 싶은 데로 기억하고 망각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성격이라 온전히 일컫기도 어려움에도 말이다. 결국 개인의 의식적 경험과 기억 실제로 진행되는 사건의 일부 혹은 부분에 불과하다. 이렇게 개인이 사회적 지배력에 의해 체계화되어 각인된 성격에 머무른다는 건, 개인이 삶에 주인임을 망각하는 것이기에 사회적 지배력, 요구하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비록 사회가 주입한 거대한 착각, 세뇌, 각인이라도 주입된 사회적 지배력을 전제로 자기 고양적으로 해석하고 만다.


사회제도와 문화유형이 인간을 빚어내는 방법일 뿐이라면 그저 사회적 제도와 문화에 순응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만다. 인간이 드러내는 고유한 모습은 사회제도가 인간에게 덧씌운 각인에 지나지 않게 된다. -에히리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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