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가 우울해도 좋다

프롤로그

by 정아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잠잠해질 때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국 잠을 잘 수 없었다. 이 밤이 끝 날 것 같지 않았다. 사는 게 무엇인지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문득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1.

"나 너무 힘들어"

"괜찮을 거야,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잖아. 너도 잘 이겨낼 거야. 좀 더 버텨보자, 힘내!"


#2.

"나 너무 힘들어, 요즘 잠이 안 와"

"어떡하니, 혹시 너무 힘들면 병원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해. 내가 도움이 되면 도울게"


#3.

"나 너무 힘들어, 살아있는 게 너무 힘들어"

"..."




'다들 그렇게 살잖아.'

나는 그 말을 해서는 안됐었다. 이것만큼 무서운 말은 세상에 없다. 혹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저 말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다들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 아무도. 나의 생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지고 절망과 공포에 떨고 있는데 어떻게 다들 그렇게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더라도 내가 못살면 그렇게는 살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살지 않아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파괴하고 있는 그것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보다 나의 생이 더 중요한 것이고, 내가 없이는 세상이란 것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3과 같은 말을 그녀가 내게 했다. 이미 그녀는 살고 싶은 욕구가 없고 무기력하고 살아있는 것이 고통스러운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이 정도가 되면 자신을 이렇게까지 만든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생각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녀는 자책했다. 하지만 원인은 그녀 자신이 아니었다. 생각이 너무 가득 들어차서 그리고 너무 아무렇게나 정리하지 않고 쑤셔 넣어 둔 것들 때문에 진짜 찾아야 하는 것, 찾고 싶은 생각들은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종종 아주 멍하게 힘겨운 싸움을, 누구도 볼 수 없지만 그녀에게는 너무나 또렷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예전과 같은 총기도 신선한 웃음도 없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는 미처 그녀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다.


"나는 니가 우울해도 좋아. 나는 니가 나를 떠나지 않는 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니 옆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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