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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May 09. 2020

나를 짓누르는 것들과 마주할 때

 




나는 사실 나 스스로 '조금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조금은 완벽한 인간'인 나에게도 허점이 있고 실수를 하는 순간이 가끔 있다. 아니 사실은 많다. 그런 순간들과 마주했을 때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런데 요 근래 가끔씩 그런 순간에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감정을 느낀다. 말로 표현을 하자면 "내가 이런 실수도 하는군! 유래카!"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요즘 나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나다워지고, 또 어떤 면에서는 매우 나답지 못하다. 예전의 나는 스스로를 규정짓기 좋아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할 거야, 나는 그렇게는 못해." 그리고 이런 규정짓기가 끝나면 일말의 미련도 없이 반대되는 개념들은 멀리 던져 버렸다. 그러나 요즘 들어 그런 규정짓기가 어리석고 큰 의미 없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단 하나. 나는 작가로 끝까지 살아가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실수를 하거나 나에게 실망을 느낄 때는 특히 세상의 많은 것들이 부럽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행복해 보인다. 그것들은 나를 짓누르며 작아지게 만들곤 다. 그래서 나는 나를 짓누르는 것들과 마주할 때 떠올릴 만한 나만의 문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는 이 넓고 광활한 우주에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 말을 마음속에 떠올리면 나의 생과 그 속에서 생겨난 부러움, 시기, 질투 그런 모든 것들이 한없이 나에게서 멀어지고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둥실 떠올라 가볍게 떠다니다가 작은 바람에 흔적도 없이 흩어져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그 문장이 가져다주는 가벼움은 생의 무의미함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나는 그 문장을 떠올릴 때면 '생이란 참으로 가볍다. 그리고 너와 나, 슬픔과 기쁨, 부러움과 자신감, 분노와 희열은 결국 모두 하나의 가벼운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가지고 주어진 생을 더 가볍고 경쾌하게 살아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누르던 나 자신과 주변의 무게가 한 동안이지만 사라지고, 내가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언제까지 이 문장이 효력을 가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 나는 이 문장 덕에 조금 가벼운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는 이 넓고 광활한 우주에 먼지 같은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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