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 Jul 31. 2019

노을을 본다는 것

사진을 찍기 위하여



요 며칠 하늘에 구름이 두둥실 너무 예뻤다.

구름이 함께하는 해 질 녘 사진을 찍고 싶어 벼르던 차에 강변에 다녀왔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일의 매력을 느꼈다.


무언인가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그 속에서 찰나를 담는 행위가

단지 사진 한 장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오늘

시간에 따라 노을이 어떤 다른 색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그 마지막이 얼마나 강렬하고 붉은지 알게 되었다.

이제 끝이구나 하는 순간,

정말로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걸 바쳐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노을이 '타오른다'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아마도 노을의 시작과 끝을

짧지만 긴 시간 지켜본 사람일 것이다.

노을이 지는 시간은 시계의 시간으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7월 30일 노을의 일생의 시간'이란 의미를 비추어보면 참으로 긴 시간일 것이다.

나는 실제로 그 시간이 매우 길다고 느꼈다.





'7월 30일 노을의 일생의 시간'을 지켜보며 머릿속에 두 명의 화가를 떠올렸다.

한 명은 나의 사랑 빈센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마티스였다.

빈센트가 야외에서 캔버스를 펼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는 테오와의 편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푸른색을 배경으로,
아니 푸른색 속에서 봐야만 한다.
다른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이곳의 자연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 속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


고흐가 사이프러스 나무를 그리며 느꼈던 감상을 듣자면

마음속 깊이 공감하게 된다.

다만 자연뿐은 아닐 것이다.

인물이나 사물을 그릴 때도 시선 속에 오래 머물수록

그 깊은 내면까지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마티스는 또 어떤가.

일생의 마지막, 병상에서까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침대에서 가위질을 하며 또 다른 예술세계를 만들어 가는 그가 떠올랐다.





이렇게 평범할뻔했던 '7월 30일 노을'은 두 명의 거장을 떠올리게 하며

오래 머무르며 관찰하기,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바쳐 창작하기라는

교훈을 주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 사람으로서

노을처럼 그리고 고흐와 마티스 두 거장처럼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 속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해 그곳에 머무르며 관찰하고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불태워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생애 첫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