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22-1/10
아니 사실 나름 분주했다.
오전에 아버지를 수서역에서 모시고 삼성 병원 진료를 맞추어 가야 하는 스캐쥴이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넘나 무겁다. 묘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핵인지 암인지...
결핵이어도 암이어도 그리 달갑지 않은 결과이지만 선택은 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이없게 두달 더 약을 먹어보아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한달동안 한 주먹이나 되는 약을 복용하느라 지치신 아버지는 두달 더 복용해야 한다는 말에 입을 닫으셨고 우리 또한 뭐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동생과 아버지 그리고 나는 두달치 약을 타러 약국을 향했다. 다행히 약은 공복에 복용하는 약으로만 처방되어 복용해야 하는 약이 조금 줄어 있었다. 그래도 아직 암이든 결핵이든 확진 판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 우리는 모호한 안도를 느꼈다.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식사를 하는 동안... 아버지는 주변 지인분들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셨다. 대부분 상황이 좋지 못한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던 와중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아버지께 아버지도 건강하시쟎아요 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가 뭘 건강하냐.... '라고 하셨다. 아버지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만큼 언제나 늘 건강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색하고 불편해졌다.
건강해지실거에요 라는 말이 하기도 어색해졌다. 아버지는 거의 한달에 한두번 종합병원 진료를 받으신다. 백내장, 뇌경색 등등의 이유로... 그냥 안고 가야 하는 진단명들이기에 그냥 의연했다. 하지만 그런 병명들은 자신감만으로 똘똘뭉쳐계시던 아버지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그래도 여전히 건강하게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아오시는 아버지가 계셔서 나는 참 감사하다... 내게 아버지는 늘 건강 그 자체이시다. 아무리 수많은 병명들이 아버지의 이름 밑으로 나열되어 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