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14. 서울책보고 수요북클럽 첫 번째 도서
아들이 2박 3일 체험학습을 간 첫 번째 날이다. 일 년 중 저녁 시간이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데 어제가 바로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어제 무엇을 할까는 3월 학교 일 년 치 계획표가 나왔을 때부터 했던 고민이었는데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북클럽이었다. 근로자의 날이라 다들 서울을 떠난 그런 날이었건만 퇴근 후 북클럽이라니... 그것도 일 년에 몇 번 허락되지 않는 공식적인 저녁 외출이 허락되는 날에.... 저녁을 차릴 필요도 없고 ( 물론 남편은 알아서 식사를 해결해준다는 전제하에서) 아이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 물론 나만 보는 눈치일 수도 있다.) 그런 날이건만 나는 처음 생기는 북클럽에 참여하기로 했다.
내가 북클럽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선정도서 때문이었다.
내게 이 책은 아들의 임신기간을 회상시켜주는 가장 대표적인 책이다. 아들의 임신기간 동안 난 회사를 쉬고 있었다. 자연스레 낮시간에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딱히 무엇을 할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지라 살던 곳 근처 동네 도서관을 매일 나가기 시작했다. 그냥 책을 읽으려고...
어려서부터 약간 활자중독증이 있었던 나는 회사 다니며 제대로 읽지 못했던 책을 원 없이 읽어보리라는 생각으로 동네 도서관 나들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평소 10년 넘게 지식서나 업무 관련 서적 이외에는 읽어보질 않았던 나는 무엇을 읽어야 할지 고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그런 찰나 내 눈에 처음 들어왔던 책이 바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이 책은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던지라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나의 기억으로 그 당시 거의 하루 만에 다 읽어 내려가지 않았나 싶다. 엄청난 가독성과 흡입력을 가진 책이었다. 자서전적인 소설이었기에 나는 그것을 읽고 그다음 편 그다음 편을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그 책이 촉매제가 되어 임신기간 내내 도서관에서의 책 읽기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소일거리가 되었다. 뜻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덕분에 아들은 지금도 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태교 아닌 태교였던 것이다.
그리고 북클럽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장소 때문이었다.
서울책보고는 얼마 전 집 근처에 생긴 공간이다. 서점이면서도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딱히 책을 구매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헌책에서 나는 향기를 맡고 싶고 과거로의 향수가 필요할 때면 들러서 가끔 꺼내어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이라고 할까? 그곳에서 어제부터 시작한 수요북클럽에 참여를 하였다.
수요북클럽은 매달 지정도서를 읽고 함께 모여 책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는 서울책보고의 독서모임이다. 어제 처음 참여했고 처음 시작한 모임이라 참여자들 모두 어색한 긴장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과거를 회상해볼 수 있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책 속의 한 줄 한 줄이 다시 떠오르며 그 책을 읽던 그날의 분위기, 공기, 햇살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책 속의 내용들...
사실 책 읽기 모임을 그전부터 많이 참여해보고 싶었지만 아들 때문에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할애할 수 없어서 늘 망설였는데 집 근처에 생기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물론 처음 마주하는 이들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편하진 않았지만 진행자의 책에 대한 해석과 생각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 최근에 다시 책을 읽어보았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는 후회가 남는다. 다음 도서는 김구의 <백범일지>다. 다소 무거운 주제가 예상된다. 그래도 이주 후 수요일에 다시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오늘은 다음 주제 서적을 볼 겸 서점을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