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배를 싼다

매일아침저널18. 대표라지만 말만 대표일 뿐

by 진심발자욱

어린이날 덕분에 대체공휴일까지 도합 3일 동안 쉬지도 못하고 편지를 썼다. 택배 상자에 넣어 보낼 편지를 쓰기 위해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다. 제대로 된 초안이 없다보니 택배를 쌀때마다 수정 작업을 필요로 하는 고객용 편지. 이번엔 좀 제대로 갖추어야 겠다고 생각하니 한 문장 한 문장에 자꾸 손이 간다.


고치고 또 고쳐 쓴 장장 네장의 편지와 제품을 함께 동봉하여 택배를 쌌다.

택배는 고작 9개인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택배를 부치고 보니 시계는 어느 덧 4시를 가리킨다. 허무하다. 오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이 하루 종일을 잡아먹었다. 아들은 몸이 아프다고 전화가 왔다. 집에 이젠 가야 할 것 같다.


난 오늘 무엇을 하였던가? 세상에는 쓸모 없는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난 오늘 무척이나 별 중요하지 않은 일만 하다 퇴근을 하는 것만 같다.

이 때쯤 늘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받는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도 나처럼 오늘 하루 종일 중요해보이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한다. 그녀를 위로했다 사실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녀와 통화를 끊고 생각하니 그녀나 나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새내기 대표들... 말이 대표지 하는 일은 늘 잡일에 노가다에 치닥거리다.

비록 오늘 나는 택배를 싸고 그녀는 혼자 하면 한시간에 해치울일을 직원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네시간에 걸쳐 직원이 한일을 다시 고쳐주고 있지만 우리의 끝은 창대하리라...

뭔가 최선을 다하는 오늘 하루 하루가 쌓이다 보면 우리의 끝은 그 의미 있는 하루 하루가 쌓여 정말 의미 있는 무언가를 이루어내리라 믿어 본다.


오늘도 사소해 보이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러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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