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비 맞으러 가자

매일아침저널 26. 아들과 함께 비 속 추억 만들기

by 진심발자욱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비가 온다...


'비....'


퍼뜩 스치고 지나간 생각...

'비를 맞아야 한다. '


어릴 적 외갓집 시골마을을 비를 맞고 걸었던 생각이 났다. 그때 맡았던 그 냄새와 그 느낌..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고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해주는 그 기억들...


아들에게 외쳤다. "아들, 비 맞으러 가자. "


물론 우산 없이 비를 맞자는 건 아니다. 그냥 비 속을 걷게 해주고 싶었다. 도시에서 자란 아들은 시골에 대한 추억이 없다. 시골냄새에 대한 기억도 없고 비를 완전히 제대로 맞아 본 적도 없다. 늘 고이고이 비 맞을까 추울까 키운 아들이라 그런지 너무 메마른 거 같다. 오늘은 그냥 제대로 공원을 한번 걷기로 했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공원 건너편 레스토랑에서 남편과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아들은 무작정 빗속을 걸었다. 꽃가루가 비를 맞아 온통 바닥은 노란색이었고 꽃가루와 여러 가지가 섞여 공원은 묘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안개와 함께 가랑비는 우리가 공원을 비속에 걷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30분 가까이 걸어 도착한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허겁지겁 아침을 먹어 치웠다. 남편은 왜 비 맞으며 굳이 그런 짓을 하냐며 나무랐지만 난 나대로 참 보람찼다고 혼자 생각한다. 도시에서 자라 시골에 대한 별다른 기억 없는 아들에게 널 미안한 맘이 많았다. 아들에게 어릴 적 냄새에 대한 기억이 평생을 간다는 이야기를 하며 다양한 기억이 냄새와 함께 축적이 되어 나이가 들어서도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꽃 냄새 비 냄새 실컷 맡아보라며 아들에게 비를 맞는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이 아침의 시간은 도시 아이인 아들에게도 아주 짧지만 찰나의 기억으로 남으리라..


아들은 엄마의 유별난 돌발 행동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야기 없이 따라와 주었다. 감사하다. 벌써 중2가 되어버린 아들에게 비 냄새가 어떤 건지 이제야 맡아보게 해 준 내가 참 부족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이제라도 한 번쯤 느껴보게 해 준 것이 어디냐 싶어 나 나름 행복한 비 오는 아침이다.

일요일 아침 여유 있게 비속을 걸어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날이 살면서 며칠이나 될라고.. 나에게도 비 오는 이아침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비가 와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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