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가 싫으네요.
요 며칠 부자재 업체에서 작은 회사라고 그야말로 개무시를 한다. 발주를 요청했더니 문자로 주었던 견적가보다 발주서에서 40% 인상을 해서 보냈다. 너무 황당해서 아니 왜 이렇게 한 달 만에 달라졌냐고 했더니 급여 인상과 물가 상승 때문이라고 한다.
'한 달 만에???'
무슨 말씀이냐고 일전에 했던 제조업체에서 주었던 금액보다 더 높지 않냐고 했더니 그제야 그야말로 이실직고를 한다. 내가 기존 제조업체에서 제조업체를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에 자기는 그와 유사한 가격에 견적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은 그곳과 단골이고 거래도 많기 때문에 거래처를 옮긴 내게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같이 일 안 하겠다는 것이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나는 화장품을 만든다. 요 몇 년 사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화장품 광풍이 불었다. 무역에서도 흑자를 달리는 산업은 화장품이다. 그러기에 화장품 판매업체도 최대의 특수를 누렸지만 그와 연결된 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기는 매한가지였다. 물론 사드가 터졌을 때 좀 주춤하면서 도산하는 업체들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업체들은 아직도 여전히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시장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 특수라는 것이 향후 몇 년 지속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부자재 업체나 OEM 업체는 당장의 특수에 별다른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는 듯하다.
화장품 제조 시장은 아직 미성숙한 산업으로 보인다. 여러 회사 생활과 사회생활을 좀 오래 하면서 겪어봤던 산업군 중 아직도 그리 완숙해지지 않은 산업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중국 특수로 인해 갑자기 성장을 하고 보니 자정작용도 없이 거대해졌고 거래처와의 관계에 있어서 제조업체와 부자재 업체들 사이에 상도라는 것이 거의 존재를 하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개인적인 사사로운 감정이 일의 진행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내가 이 분야의 초자이다 보니 무엇이 옭고 그런지를 왈가왈부할 입장은 되지 못하지만 지켜보는 이로서는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금 나에게 황당함을 한 방 먹인 업체는 튜브 업체이다. OEM 업체 담당자에게 튜브 업체의 이런 행태를 하소연하였더니 거의 모든 튜브 업체가 그러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생 업체의 소량 주문은 개무시하고 기존 업체의 대량주문에만 관심이 있고 작은 업체와의 약속은 어기기 일수요 불량을 내는 것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래도 전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신생업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작은 우리 같은 피래미 업체들의 컴플레인은 전혀 귀담아 들어줄 하등의 이유가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자신의 기존 단골 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다가 다른 업체로 변경하였다는 이유로 그 튜브 업체로부터 퇴짜를 맞은 것이다.
나는 갑이 아니라 을, 병, 정...... 졸인 것이다.
말이 대표이지 그냥 부자재 업체에서도 제대로 말이 먹히지 않는... 그런 '졸'인 것이다.
생산시기에 엄청난 차질이 생기고 보니 맥이 빠진다. 튜브 업체는 전혀 고민을 하지 않았던 터라 다시 업체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튜브 업체들은 최고의 핫 성수기이다. 여름이니 선크림 제작이 밀려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와 같은 소량을 하는 신생 업체의 주문에 신경을 써줄 만한 곳을 찾는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엊저녁에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여기저기 튜브 업체의 높으신 분들의 연락처를 받았다.
나는 지금 재생산을 위해서 우리 회사의 대표로서 그들에게 졸의 마음으로 전화를 해야 한다.
제발 소량이지만 좀 어떻게 좀 생산해 주실 수 없냐고 부탁해야 한다.
그것도 기한에 맞추어 불량률을 최대한 낮추어서 문제없이 말이다.
주문 수량을 이야기할 땐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소량을 해주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 보니... 어떻게 그들에게 어필해야 할까 머릿속엔 온갖 생각들이 스친다. 그래도 이렇게 구차하게 소량을 구걸해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업체를 바꾸면서 특이한 튜브 디자인이 업체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판단하에 기존 제품 튜브 디자인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기에 이젠 픽스가 다 된 디자인도 수정을 가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도 아쉬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단상자 업체에도 수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건 도미노다.
누가 그랬던가? 화장품이 종합예술이라고? 내게는 끝없는 도미노처럼 느껴지는데....
그래도 어쩌랴... 대표인 내가 해야 한다. 눈 질끈 감고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하지만 전화가 너무 하기가 싫다.
요즘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했나 보다.
아무리 맘을 다잡아도 아쉬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목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