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__ 그들에게 그 집맛은 추억 그 자체이다.
내 사무실 근처에는 분명 맛집은 맛집인데 우리가 흔히 아는 맛집과는 확연히 다른 맛집이 하나 있다. 그곳은 자의적인 홍보성 블로그 리뷰 하나 없다 심지어 맛이 별로였다는 글마저 ㅎㅎㅎㅎ (완전 옛날 맛이어서 좀 밍밍 심심할 수 있어서 그런듯)
그도 그럴 것이 나 또한 회사 근처 식당이었지만 아는 분의 소개로 처음 가게 되었으니 이곳이 맛집이라는 것은 겉으로도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은 점심시간에 찾아가도 동네 사람들이나 직장인들이 찾는 곳이 아니다. 요즘 핫하다는 송리단길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송리단길과는 전혀 하등의 상관이 없는 곳이다. 송리단길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전혀 알턱이 없는 곳이다. 주택가 거의 한가운데 있다 보니 지나가다 들를 수 있는 곳도 더더욱 아니다. 간판을 보고 있자면 이건 몇십 년도 더 된 식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이곳을 갔을 땐 솔직히 밖에서 식당의 외관을 보고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주 살짝 고민이 될 정도였다. 영업을 하는 곳 같은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요즘 흔히 아는 그런 식당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아주 어릴 적 가봤을 것만 같은 그런 식당?
이 식당을 처음 찾았을 때는 그 외관에 흠칫 놀랬다. 그리도 두 번째는 그곳의 사장님 연세에 놀랬다. 그곳 식당은 사장님과 사모님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 흔한 알바나 직원은 절대 없다.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두 분은 연세가 이미 칠십을 훌쩍 넘으셨다.
그 식당이 놀라운 세 번째 이유는 그곳을 찾는 손님들의 평균 연령이다. 적어도 내가 갈 때마다 느꼈던 손님들의 평균 연령은 칠십대라는 것이다. 사장님과 비슷한 연령대이거나 어떤 때는 팔십 대나 구십 대 분들이 간혹 계신다. 그런데 모두들 너무나 건강하시다. 대부분 등산을 다녀오시는 길이거나 아니면 전철을 타고 그곳을 찾으신다. 동네분들은 거의 없다. 그분들이 사장님과 주고받으시는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또 묘한 기분이 든다. 대부분 단골들이신데 일이 년 단골들이 아니시라는 거다. 적어도 몇십 년.... 그리고 송파 근처 사시는 분들이 아니라 적어도 전철로 한 시간 정도는 족히 이동해서 그곳을 찾으신다는 거다. 그리고 또 묘한 것은 사장님께서 오늘은 왜 혼자시냐고 하면 '갔지... ' 아니면 '이제 못 다녀...'
그렇다. 그곳은 안동국시를 정말 제대로 맛깔나게 만드는 아주 아주 오래된 식당이다. 사장님의 이모님이 오랫동안 하시던 것을 사장님이 젊은 시절 이어받았다고 하시니 적어도 40년은 족히 된 듯하고 그곳을 찾는 손님들 또한 그 정도 시간을 사장님과 함께 보낸 분들이 찾는 곳이었다. 그들의 고향이 안동이나 대구 근처 여서 집밥이 그리우면 오시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하시는 대화를 들으면 가끔 일제시대 이야기가 나오고 625 전쟁 이야기가 나오고.. 그곳은 그분들의 추억을 소환해주는 곳이었다. 맛에 대한 추억 , 친구들에 대한 추억... 그곳을 함께 왔던 친구에 대한 기억이 있고 어린 시절 먹었던 맛에 대한 추억이 있는 그런 특별한 곳이었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고 거동이 힘들어져도 어떻게든 국수 한 그릇 드시겠다고 어렵게 어렵게 찾으시는 그런 특별한 맛집이었던 것이다.
그곳은 안동국시집이지만 나는 그 집의 국밥을 더 좋아한다. 사모님이 만들어 주시는 국밥은 내게 어릴 적 큰집에 대한 기억을 가져다주신다. 큰집에 가면 큰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국밥! 그 맛과 똑같다. 나는 어릴 적 큰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국밥이 그리우면 그곳을 찾는다. 일 년에 두어 번 제사 때문에 늘 가서 먹던 국밥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게는 추억과 그리움의 맛인 듯하다.
밖에서 보면 요즘 사람들은 절대 들어갈 것처럼 생기지 않은 그런 곳이다. 나 또한 아는 사람의 소개가 아니라면 절대 도전해보지 않을 법한 곳이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면 늘 편안함을 느낀다. 손님이 밀리면 국수 한 그릇이 30분도 넘게 걸리는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아무도 국수가 늦는다고 타박하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일행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함께 기다리고 있는 옆 테이블의 손님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동질감을 느끼고 왜 그곳을 찾는지에 대한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기에 서로서로가 어느 듯 친구처럼 허물이 없어진다. 그렇게 국수 한 그릇에 추억을 나누고 조용히 헤어진다. 다음을 기약하며... 하지만 그 누구도 다음에 또 봅시다라고 인사를 나누지는 않는다. 그 인사가 얼나마 헛되었는지를 잘 알기에...
내가 그 맛집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장님 부분가 오래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바란다. 아직 누가 그 식당을 물려받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 살짝은 불안하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건강해 보이시지만 언제 갑자기 식당을 문을 닫을지 모르기에 가끔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어제도 나는 점심시간에 국밥을 먹었다. 사장님은 여전히 건강하셨고 어제도 전철을 타고 멀리서 오셨다는 칠십 대 할아버지 손님 한분이 조용히 내 옆에서 국수를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