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1 깊은 산속 그분의 삶에서 배운다
정말 오랜만에 '공식적인 외박'을 했다.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면서 출장도 아예 없는 일을 하다 보니 여행은 늘 언제나 가족과 함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인 것을 언제부터인가 '공식적인' 외박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왠지 그 말만으로도 일탈을 강행하는 것 같아 묘한 희열을 느낀다.
1박 2일로 여성 대표 모임에서 가는 여행인데 솔직히 해마다 가는 여행이었지만 한 번도 참석을 한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어떻게든 무리를 해서라도 꼭 가고 싶었다. 난 너무 열심히 일했으니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내어 놓고 핑계였고 솔직히는 이번 여행을 위해 공간을 내어 주신 대표님의 산속 집을 꼭 가보고 싶은 것이 더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곳은 동홍천 IC에서도 한참을 국도를 달려 들어가는 곳이었고 국도에서 벗어나서 산속 좁은 길을 달려서도 2킬로 남짓 더 차로 올라가는 외진 곳이었다. 산속 길은 너무 좁아서 올라가는 우리 차 이외 다른 차가 위에서 위에서 내려온다면 어찌해야 할지 상상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좁은 길이었다. 심지어 중간중간은 비포장 도로이기 까지 한 그런 인적이 드문 산속! 그곳을 향해 달려가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어쩜 이리 산속에다 집을 지으셨을까? 무섭지 않나? 매주 어떻게 이렇게 먼 곳까지 올 수 있을까? 등등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찾아간 그분의 집은 정말 이런 곳에도 집을 짓고 사시는구나 싶을 만큼 깊었고 공기는 맑았고 세상은 정말 고요했다. 조용히 앉아 산아래를 내려다보니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참 좋은 곳에 사시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외롭지 않으실까?
홍천 깊은 산속 집을 가지고 계신 대표님이 이미 자제분이 결혼을 하실 만큼 연세가 있으시다. 나이를 직접 여쭤 본 것이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오십 대 후반 육십 대 초반 정도가 되시지 않을까 싶다. 그 집에 가서 안 사실이지만 이 대표님이 이 집을 지으신 게 벌써 10년째가 되셨다고 한다.
10년...
사실 그분은 10년 전에 남편분과 사별을 하셨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으신 부군을 위해 함께 그곳에 집을 지으시고 이 년간 그곳에서 남편분이 사셨다고 한다. 그 집에 그 남편분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흔적은 손바닥만한 남편분의 사진과 그 대표님의 사진이 나란히 창가에 놓여 있는 정도였다. 물론 내 눈에 보여지는 것은 그 정도얐지만 그 집 자체가 온전히 추억이지 않을까? 마루 바닥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니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라고 부군께서 손수 쓰신 글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뭐라고 말을 할 수없었고 용기 내어 뭐라고 여쭤볼 수 없었다.
정말 금술이 좋으셨던 것 같고 누구보다도 서로 사랑하셨던 것 같은데 이렇게 남편분을 먼저 보내시고 그 흔적과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을 매주 찾으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차마 여쭤 볼 수가 없었다. 늘 언제나 유쾌하고 긍정적인 분이신데.....
매주 혼자 오셔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다 일요일 저녁에 서울로 돌아가신다는 그분의 말씀에 과연 어떤 생각이 드실까 라는 자문을 자꾸 하게 되었다.
겨울이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국도변에 차를 세워두고 산속 길 이 킬로 미터를 걸어서 올라오셨다 내려가신다고 하셨다.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곳을 찾는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과연 나라면 어떨까라는 자문을 자꾸 하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와의 삶으로도 혼자만의 시간 자체가 너무나 어색한 나.
혼자 있어도 늘 생각은 가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나.
공식적인 일탈이라고 말한 만큼 아직은 혼자인 시간이 어색한 나.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될 텐데 나는 과연 성장하여 아들이 떠나간 이후의 시간들에 대해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남편과의 시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자문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늘 혼자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일상의 틈바구니 속에서는 그것은 순간의 외로움일 뿐이다. 정말 철저하게 물리적으로 혼자가 되었을 때 과연 그 혼자만의 시간을 현명하게 잘 보낼 수 있을지 그런 준비는 잘 되어 있는지는 자문해 볼 일이다.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곳이지만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일탈을 즐기는 그 대표님을 뵈며 나도 그리 현명하게 나이 들고 싶다고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