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10 [책] 얇지만 주옥같은 문장들의 보고
요즘 책 속의 책 중 하나인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을 읽는 중이다. 이 책은 다독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고 마치 교양의 한 덕목인 것처럼 종용하는 요즘의 분위기에 경종을 가하는 책이다. 독서모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은 책을 읽어주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다독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내가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싶은 요즘이다.
쇼펜하우어의 책이 쉽게 찾아 읽어지는 책이 아니었지만 <다시, 책은 도끼다>의 맨 첫 장에 나왔고 적절한 독서와 사색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박웅현 님의 설명을 듣고 과감하게 도전했다. 아주 완전 백 퍼센트 공감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쇼펜하우어의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쉽게 이해가 되는 책이다. 쇼펜하우어라고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고 선뜻 손이 가질 않았는데 이렇게 또 하나의 고전 깨기를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 뿌듯 뿌듯하다.
사색하고 독서하며 글 쓰는 인생은 남다르다
글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간결한 문체와 적절한 표현은 훌륭한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그러나 장황하게 단어들만 나열하는 글은 읽는 사람의 눈을 어지럽게 할뿐더러 특히 남의 글을 표절하는 행위는 일종의 강탈이며 범죄행위이다. 그러므로 글쓴이의 고유한 문장과 문체는 소박한 정신과 순수한 신념으로 구축되는 건축물과 같다.
독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색의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는 사상이 분출이 잠시 두절되었을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한 휴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스스로 사색하는 자는 자신의 의견을 먼저 정립한 후 비로소 이를 보증하고자 권위 있는 학설을 습득하여 그 의견을 보증한다. 반면에 '서적 철학자'는 타인의 권위에서 출발한 후 이들의 학설을 긁어 모다 하나의 체계를 정리한다. 그러므로 타인으로부터 얻은 재료로 만들어진 철학이 인형이라면 자신의 사색으로 만든 철학은 살아 있는 인간이 것이다.
독서란 자신의 머리가 아닌 타인의 머리로 생각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오랫동안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사상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완벽한 체계라고는 할 수 없어도 항상 스스로 정리된 사상을 잉태하고자 노력하는 사색에 이보다 더 해로운 활동은 없다. 왜냐하면 타인의 사상은 나와 다른 지성과 의지에서 생성된 까닭에 체계가 다르고, 색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독서로 삶을 허비하는 것은 여행 안내서를 통해 어떤 지방의 풍속에 정통해지는 여행 안내인의 삶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여행 안내인들은 그 지방의 풍물과 역사를 빠짐없이 알고 있지만 정막 그곳의 토지가 어떤 상태인지, 봄에는 어떤 꽃이 피는지, 겨울이 되면 눈은 얼마나 오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사색하는 인생은 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두 발로 그 지역을 직접 여행한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사람만이 지역의 진정한 특색에 대해 말할 수 있고,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양질의 책을 선택함에 있어 책 속의 책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책 속의 책을 선택하는 것은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책에 대한 정중한 가이드의 안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