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9 철거를 목전에 둔 그곳 나무들
Photo by TaeWoo Kim on Unsplash
우리 짚 앞에는 벚꽃 축제를 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나는 해마다 그 단지 내 벚꽃을 보며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벚꽃 나무들이 있어서 나름의 축제까지 열 수 있는 그 아파트가 은근히 부러웠다. 그늘도 많고 꽃내음도 싱그러워서 봄이면 일부러 그 곳 아파트를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이름 모를 꽃나무 향기에 취해보기도 하고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쉬어보기도 했다. 마치 숲속을 걷는 것처럼....
하지만 이젠 그곳 벚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올해 8월이면 그곳은 재개발 철거 작업을 시작한다.
내년 벚꽃 시즌이면 그곳은 허허벌판이거나 공사판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럼 저 나무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
나는 막연히 이런 재개발 단지 내 나무들은 철거 작업 이전에 나무를 사가는 이들이 땅을 파고 그 나무들을 '이주'시켜 가는 줄 알았다. 너무나 당연히... 이렇게 멋진 나무들이니 누구나 사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들이 이주하듯이 나무도 어디론가 이주를 해갈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에게 동네 재개발 단지 내 아름드리 벚꽃 나무 이야기를 하였더니 그 나무들은 이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오랜 세월 그러니까 오십 년도 넘게 뿌리를 땅에 내리고 있다 보니 서로 다른 나무들과 뿌리가 엉켜있기도 하고 넓게 퍼져 있기도 해서 도저히 뿌리를 살려서 그들을 이주시키기가 불가능해서 그냥 다 베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다 베어 버린다고????'
이주를 가는 것이 아니란 말에 순간 망연자실해졌다. 난 그 나무들을 가져가서 집 앞마당에 심거나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부러웠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그 나무들은 아파트와 같은 운명이라는 사실에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 년이 넘게 세월을 함께 하고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라면 그들의 생존 여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고미해봐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사람들만의 이주가 아니라 나무의 이주도 고민이 대상이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너무나 오래 세월 함께 살아온 나무들인데 너무 쉽게 잊히는 게 아닐까?
재개발이라는 게 그곳에 집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몇십 년을 기다려온 숙원 사업 인지 모르겠지만 몇십 년간 그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에게는 정말 그 무엇보다도 잔인한 인간의 만행이지 않나 싶다.
그냥 베어져 버린다는 말에 당혹스러움과 무력감이 밀려오지만 그 것조차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나무의 운명이고 숙명일 것이라 생각하니 나무의 운명 앞에 오늘도 처연해진다.
나무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싱그럽고 싱그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