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18 그 부분의 기억만큼 사라진다
아들이 오자마자 저녁밥상을 차려주고 바로 다용도실에 있는 큰 쓰레기통을 엎었다. 그리고는 비닐장갑을 끼고 쓰레기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밥을 먹던 아들이 엄마 뭐 찾냐고 묻는다...
"영수증..."
짜증이 났다. 애꿎은 아들에게 곱지 않은 목소리로 영수증을 찾는다고 대꾸를 했다.
며칠 전 옷가게에서 산 옷이 택배로 왔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교환을 하려고 보니 영수증이 없다. 분명히 화장대 위에 잘 둔 것 같은데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내 방 작은 쓰레기통을 오후에 비웠으니 큰 쓰레기통에는 분명히 있어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그 날 입었던 옷과 가방을 모두 뒤졌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서서히 조금씩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게...
예전에 아이 낳은 언니들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자꾸 까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잘 챙기지 왜 그걸 자꾸 까먹지? 나이 들면 머리가 나빠지는 건가? 나 원.. '
뭐 이런 생각으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이제 그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가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잘 챙겨둔 물건들의 위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생각이 날듯 말듯이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도려내어진 듯 기억의 흔적 자체가 없다. 마치 블랙홀처럼...
어제 영수증도 그랬다. 분명 다른 건 다 기억이 나는데 그 영수증 부분만큼 머릿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생각날 듯 말듯이 아니라 아예 기억이 없다. 나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내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아니 그것보다는 보다 더 최근이 아닐까 싶다. 정말 나이를 먹어서인 걸까? 아니면???
누군가는 그럴 때일수록 생각해내려고 자꾸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실마리가 있어야 생각을 하는 것이지 흔적이 없는데 생각의 물꼬를 튼다는 것이 쉬지가 않다. 그래서 애꿎은 몸이 고생을 한다. 어제처럼 쓰레기통을 뒤지든지 온갖 가방과 옷을 뒤지는 일이 잦아졌다. 찾아지면 다행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그곳에 둔 기억이 다시 생각나냐면 그것도 딱히 아니다.
우스개 소리로 전화기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든가 딤채 속에 두었다든가 비자금을 옷장 서랍 밑에 잘 붙여두었는데 찾질 못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참 많이 웃었는데 이젠 웃을 일이 아니다.
내가 나의 정신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한다. 공연히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지 말고 정리 습관을 길러야 한다. 뭔가를 가족 몰래 숨겨야 하거나 잘 챙겨야 할 때는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그 기록도 잊어버릴 수 있으니 한 곳에 잘 기록해 두는 습관도 필요하다.
보다 더 현명한 생활 습관이 내 머릿속의 블랙홀을 작아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