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17 해마다 그 때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일요일 아침, 마트에 갔던 남편이 풋복숭아를 사들고 왔다.
"맛 하나도 없어 보이는 데 이걸 왜 사 왔어?????"
"내가 복숭아만 보면 무조건 사게 된다니깐... 맛있을 거야... "
"그렇지... 하긴"
남편을 타박하면서도 남편의 속내를 아니 별 말없이 나는 사과처럼 생긴 복숭아를 한입 깨물었다.
아들은 오월 생이다. 아들의 임신 기간 중 특별히 입덧 같은 걸 한 기억은 없었다. 임신 초기에 잠깐 입덧이 있었지만 잠잠해졌고 별 일 없이 출산을 하는 듯했다. 그런데 삼월경부터 복숭아가 너무 먹고 싶어 졌다. 복숭아를 이야기했더니 남편이 통조림 복숭아를 사들고 왔다. 그런 거 말고 정말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했다. 사계절 가리지 않고 과일이 나오니 복숭아도 한번 구해보라고 했다. 여자가 임신 때 먹고 싶은 걸 못먹으면 평생 한이 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어디서든 한 번 구해보라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삼월 봄날, '내가 원하는 복숭아'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임신 시간에 먹고 싶었던 복숭아는 황도였다. 말랑 말랑해서 껍질이 조금만 힘을 가해도 저절로 스르르 벗겨지고 깨물면 단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달콤한 그런 복숭아였다. 복숭아 제철에도 아주 잠깐 동안만 구할 수 있는 그런 귀한 황도였다. 그런 달디 단 복숭아를 삼월에 만삭이 다 되어서 먹고 싶었던 것이다. 병조림이나 통조림에 든 그런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천연의 단맛이 나는 그런 복숭아 말이다.
지금이 유월인데 이제서야 복숭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을 보면 난 절대 임신 기간 중에 천연 복숭아를 먹을 수 없었다. 구월 정도가 임신 초기였으니 복숭아는 아주 정확하게 나의 임신기간을 비껴서 나왔다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들을 낳고 해마다 우리는 복숭아 철만 되면 다른 그 어떤 과일보다도 더 열심히 찾아 먹는다. 어떤 종류의 복숭아가 젤로 먼저 나오고 황도와 백도 그리고 천도복숭아 등등 복숭아 종류가 제철이 언제인지를 파악하며 복숭아를 찾아 먹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늘 전설처럼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아들, 너 때문에 우리가 이걸 얼마나 찾았는 줄 아니?"
우리가 복숭아 이야기를 하면 아들은 늘 빙긋이 웃으며 내가 그랬나 하는 표정으로 우리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아들은 그래서 그런지 복숭아처럼 몰캉몰캉하고 달달한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뱃속에 있을 때 먹지 못했던 과일이어서지 아니면 나의 입맛을 닮아서인지 우리 가족은 해마다 복숭아 철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풋복숭아부터 사들고 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또 이야기 한다.
"너 뱃속에 있을 때 이걸 못 구해가지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