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그 정도쯤이야!

매일아침저널 2-29 어느 어플에 바치는 감사의 글

by 진심발자욱

"엄마, 우리 이번 토요일 오후에 갈께. 아마 도착시간이 7시가 좀 넘을 거 같은데. "


"그럼 집에 와서 밥 먹어라. 나가 사 먹으면 뭐하냐. 맨날 사 먹는데.. 한 끼라도 집에서 해 먹어야지. "


"뭘 그래. 귀찮게. 그냥 시간도 늦었는데 한 끼 나가 사 먹으면 되지.. "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외지에서 혼자 살기 시작해서인지 친정엄마는 늘상 바깥 밥을 먹는 내게 집밥을 강조하신다. 지난 주말에도 친정 나들이를 하려고 보니 늘상 같은 레퍼토리의 대화가 오고 갔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지가 않고 음식이 조리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 어느 시간보다 무료하고 지루했다. 혼자 살면서도 그랬지만, 결혼하고서도 남편과 아들이 먹는 밥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하는 것은 늘상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못하고 자신이 없으니 더더욱 이런 논리가 더 크게 와 닿았다. 먹어서 소비하는 음식량 보다도 먹지 못하거나 남거나 썩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는 늘 집밥을 강조하셨고 한 끼라도 집에서 해 먹는 게 훨씬 좋은 거라고 늘 강조하시니 젊을 땐 그게 굉장히 잔소리처럼 들렸다.


아들이 6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10년을 넘게 오시던 도우미 아주머니가 완전히 못 오시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롯이 집안일이 나의 몫이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청소나 빨래 같은 건 어떻게 하겠지만 식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나졌다. 그나마 조금 덜 했던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달하는 순간이었다.


밥상을 차려야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한식은 참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단품음식만 차려서 밥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식구들이 제발 그렇게만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늘 컸고 실상 그렇게 밖에 밥상을 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에 쫓기고 실력에 쫓겨서.


최악의 상황이 닥쳤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나가 사먹기 보다는 집에서 해먹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강박에 시달렸다. 어려서부터 집밥에 대한 이야기로 세뇌를 당한 터라 막상 나가 사 먹거나 사다 먹는 반찬을 생각하니 묘한 거부 반응이 생겼다. 사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파는 음식을 어떻게 믿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도 없으면서 생각만 ...


이런 나의 생각이 나에게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은 다들 밖에서 먹으니 저녁이 늘 고민이었다. 요리책을 보고 해보기도 하고 검색해서 블로그를 찾아서 쫓아 해 먹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음식을 해 놓고 보면 내 입맛에 맞질 않았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리법을 올려놓은 사람의 입맛과 지역색과 취향에 따라 요리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해 먹어보지 않고서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레시피들은 미리 예측을 하기가 어려웠다.


딜레마였다.

이젠 싫어도 사 먹거나 늘 외식을 하거나 해야 했다. 일을 제쳐두고 하루 종일 검색하며 고민했다. 뭔가 해결책이 없을까? 그러다 우연히 한 어플을 발견했다. 그곳은 된장찌개를 검색하면 수많은 레시피가 나오고 그 레시피에 대한 반응과 호응도와 댓글로 레시피에 대한 피드백을 올려놓는 곳이었다. 해 보지 않아도 댓글을 보면 대략적으로 그 레시피의 맛이 어떨지 예상이 되었고 추천수로 정렬을 해서 가장 많은 추천과 스크랩 숫자를 보고 레시피를 따라 하면 거의 실패가 없었다.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집밥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신천지였다. 뭐든 다 할 수 있었다. 검색을 하면 안 나오는 메뉴가 없다. 어려서 집에서 먹던 경상도식 소고깃국에 대한 자세한 레시피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듯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적당한 재료를 사 오고 적절한 시간을 두고 밥상을 차리면 마치 구렁이 각시처럼 밥상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단품 음식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였던 내가 밑반찬도 한 두 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물이나 밑반찬이 가장 쓸데없고 비효율적인 음식 문화라고 늘 이야기했던 내가 이제는 그런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왠지 그런 것들이 있어야 밥을 먹은 듯한 나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한 모든 상황에 적절하게 알게 된 이 레시피 어플은 이름 그대로 만개도 넘는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그 수만 개의 레시피 속에서 나는 집밥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그 어플은 '똥손'인 내게 그냥 잘 따라만 하면 먹을만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열심히 그 어플을 사용하다 보니 슬금 슬금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어플이 서비스를 중단하면 어떻게 하지? 지속적인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나도 뭔가 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에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이 어플의 다운수와 조회수를 늘려주는 것이야말로 공생의 길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미 다들 알고 있는데 나만 알고 있다고 혼자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어플에는 숨겨 놓고 혼자만 보고 싶을 만큼 비장의 레시피들이 많은 데다가, 내가 정말 음식을 잘한다고 이야기해도 될만큼 나를 자신있게 만들어주는 감쪽같은 레시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같은 요리 문외한이 알고 있다면 어쩌면 이미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어플일런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 어플에 대한 찬사와 찬미를 오늘 이 자리에서 바치고 싶다. 나에게 요리와 저녁 밥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나도 음식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만개의 레시피'에게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있어 줘서 고맙다. 만개의 레시피'









Photo by Jeff Sheld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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