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3-3. 2019년 8월7일
매년 휴가철이 되면 올해는 어디를 가면 좋을까 늘 설레는 고민을 한다. 지도앱을 열면 그 고민은 곧 즐거운 상상이 된다. 이곳은 어떨까? 저곳은 어떨까?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면 휴가철 휴가지를 고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과 경험을 만나게 된다.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일을 통해 만나보는 세상, 결혼 이후의 세계 그리고 자녀를 키우면서 만나 보게 되는 세상....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세상은 지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과 경험치를 마주하게 한다. 그 세상들 중 내게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감사를 연발하게 하는 만드는 세상이 있다. 바로 아들을 키우면서 만나는 세상이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만나보게 되는 세상은 정말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세상이었다.
축구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내가 아이 축구대회에서 열띤 응원을 하면서 맛보았던 세상, 미술이라면 학교 다닐 때 가장 싫어했던 과목인데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아들 덕분에 한달에 한 두번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데리고 다니며 엿보게 된 미술의 세계, 과학을 좋아하지 않아서 문과를 선택했던 내가 과천 과학관이며 서울 과학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알게된 과학의 세계, 구기종목이라면 잼병이었던 내가 아들 덕분에 농구를 함께 하며 알게된 세계, 이 밖에도 아들 덕분에 소소하게 맛보는 일상의 신기한 세상들이 많다. 자식이 없다면 몰랐을 세상을 마주하며 늘 흥분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처음에는 이런 세계를 마주하는 것이 아들을 위해서라는 의무감에서 시작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이런 경험들은 내게 신선한 흥분감과 감사를 느끼게 해주었다. 늦게라도 자식을 가지지 않았다면 맛볼 수 없었을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그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다. 그리고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정말 참 많구나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딱이다.
얼마 전 참석하게 된 <사이언스바캉스>라는 세미나에서도 즐거운 경험을 했다. 이 세미나는 아들이 구독하는 과학잡지에서 구독자들을 위해 만든 세미나였다. 세미나 강의의 내용이 우주와 로봇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토요일 아침 8시에 여의도를 향해 차를 운전하면서 생각했다.
' 내가 이거 아들 아니면 이 시간에 여의도가 왠말이야?'
성가시기도 했지만 덕분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여유로운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한강변을 구경하다 보니 여의도는 금새였고 고급진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세미나는 아들 덕분에 하는 호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물론 솔직히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는 토요일 아침을 반납해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들 덕분에 해보는 새로운 세상 구경이 아닌가 싶어 즐겁기도 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른 시간에 도착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이 시간에 이 잡지를 구독한다고 여기에 오는 이들이 뭐 그리 많을까 싶었는데 생각외로 많은 이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 그곳에 참석한 아이들과 그들과 함께한 부모님들을 보면서 나와 같은 세상을 함께 여행하는 이들을 본듯해서 왠지모를 동질감과 반가움이 몰려와서 모르는 이들에게 덥석 인사를 나눌뻔 했다.
'이 아침에 참 다들 고생이 많으시네요.
세상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 가끔 아들을 키우다 일의 진행이 늦어지고 생각만큼 사업에 몰입하지 못할 때 나와 다른 입장의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생각을 고쳐먹는다. 난 아들 덕분에 더 많은 세상을 보고 그 덕분에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고... 지금 당장 빨리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가다 보면 그래도 어느새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거라고....
설령 내가 마음 속으로나 누군가에게 아들을 키우는 것 때문에 일의 진척이 느려진다고 푸념을 했다면 지금 이 시간 뉘우치고 싶다. 아들 덕분에 좋은 세상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더 크고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하면서 한발짝씩 나아가리라 다시금 다짐해본다. 이 글은 나를 위로하는 글일수도, 아들 때문에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에 대해 아들에게 사과하는 글일 수도 있다.
그 어떤 의미의 글이 되었던지 간에, 내게 소중한 것들을 위해 나누는 시간은 소중하다. 일에 앞서서 나에게 주어진 가족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니 이를 위해 나누는 시간도 그만큼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결코 내가 게을러서도 아니며 일을 등한시해서도 아님을....
난 꽤 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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