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마취 없는 내시경! 잘 할 수 있을까?

매일아침저널 3. 2019년 8월 22일

by 진심발자욱

왠지 어제 저녁엔 고기를 먹고 싶었다. 퇴근길에 동네 근처 정육점에 들러 고기를 사 들고 와서 저녁 밥상을 차렸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만큼 평소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엔 이상하게 고기가 땅겼다.


다음날 위 내시경 예약을 해놓았는데 평소 즐기지도 않던 고기 생각이 났다. 혹시나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면 고기를 다시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묘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 말이 안 되는 공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맘 내키는 대로 고기를 먹고 싶었다.


평소 고기를 즐기지 않는 걸 잘 아는 남편은 퇴근해 오자 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낼 내시경 하는데 웬일로 고기를 사 왔어?'라고 묻는다. 평소에도 즐기지 않는 고기를 굳이 금식해야 할 저녁에 야채 가득 쌈 위에 고기를 얹어 먹는 내가 의아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집안 스트레스와 일적인 스트레스로 거의 한 달을 위장약을 달고 살았다. 여름휴가를 가면서도 위장약을 종류별로 챙겨야 했다. 가서도 바뀐 시차에 위가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휴가 기간 동안 위장은 잘 참아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위장은 또 불편감을 호소했다. 최근 친정아버지의 폐암이 재발하는 일로 인해 나의 위장의 불편함은 극도로 심해졌다.


급기야 위 내시경을 예약했다 내시경을 하러 가면서도 맘이 불편했다. 만약 안 좋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생각도 상상도 하기 싫었다. 내가 들고 있는 암 보험이 암 진단시 주는 진단비를 나도 모르게 챙겨보았다.


전혀 모르는 병원에서 홀로 내시경을 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남편 후배가 하는 병원에서 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결과가 어떠하든 담담히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의사였으면 싶었다.


수면 내시경과 소화기 계통을 체크하기 위한 복부 초음파를 진행하였다. 초음파를 받기 위해 침대에 누워서 나는 의사 선생님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초음파 도자가 움직이는 동선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다. 꼼꼼히 체크하는 선생님의 손놀림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이젠 내시경을 해야 한다.수면 내시경을 받기 위해 수액을 꽂고 가스 제거제를 마시고 잠시 침대에 누웠다. 왠지 모를 먹먹함이 밀려왔다. 기도가 아플 수 있다고 스프레이 마취제를 도포하기로 했다. 마취제를 입안에 머금고 앉았으니 왠지 수면을 하지 않고 그냥 진행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삽관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면서도,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하면서 바로 알고 싶어 졌다. 불안했다 수면에서 깨어나서 의사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보다 검사를 하면서 바로 나의 상태를 알고 싶다는 급한 맘이 들었다.


평소 맥이 느린 편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수면을 진행하기 전에 나의 맥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보통은 다들 맥이 빨라져서 수면을 하면 진정이 되는 편인데 나의 상황은 수면을 진행하면 쇼크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결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맥이 느리다는 이야기가 나도 모르는 서글픔을 만들었다. 선생님께서 그냥 내시경을 진행하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선택이 없었다.

처음으로 수면 없는 내시경을 자의반 타의반으류 얼떨결에 시작하였다.


입에 마우스 피이스를 끼우고 기도로 관을 삽관하기 시작했다. 삽관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숨이 막혀왔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숨을 참기가 힘이 들었다.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시작 전 알려준 대로 코로 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장 빼 달라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이 왔다. ......


하지만 참았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내시경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껏 내시경을 하면서 실제 내시경 자체의 진단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 미처 몰랐다 오분? 수면으로 인해 한 시간씩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해 너무나 짧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시경을 진행한 남편 후배의 목소리가 밝았다. 아주 깨끗하다고... 그도 얼굴도 본적 없는 선배 부인의 내시경을 진행하는 것이 그리 마음이 편지 않았던 듯 하다 혹시나 좋지 않은 결과를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마쳐주어서 감사했다.




어제 저녁 고기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금식과 내시경에 대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갑자기 극도의 허기로 밀려왔다.


'이젠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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