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내려앉은 백록담처럼

워크숍을 다녀와서

by 성낙필

​제주로 가는 길,


낮은 구름은 키 작은 하늘이 되어

세상 전부를 가리고 비를 뿌렸다.


그 아래 선 이백여 명의 눈동자 속에

나는 기꺼이 낡은 '꼰대'가 되어 앉아 있었다.


​증명되지 않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던

후배들의 서슬 퍼런 견해와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한 미움의 시선들.


치열했던 생태학은 이제 나에게

풀 한 포기의 시작과 끝을 헤아리는

고요한 시간의 철학이 되었는데,

그들은 여전히 갯벌의 짠물을 들이키며

붉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비행기가 무거운 몸을 이륙시킬 때

내 마음에도 눅눅한 비가 내렸다.


어디까지가 끝인지 모를 구름의 터널을 지나

찰나의 순간, 창밖은 경이로운 정적에 잠긴다.


​아, 구름 위에는 여전히 파란 하늘이 살고 있었다.



비에 젖지 않는 햇살이 거기 찬란히 서 있었다.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했던가.

이제 나는 증명하는 과학의 자리에서 내려와

느끼고 적어가는 인문(人文)의 숲으로 걸어간다.


구름 아래에선 보이지 않던 백록담이

하늘 아래 고고하게 내려앉아 나를 보듯,


​떠난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온전한 나로 남는 일.


비 내리는 구름 아래를 기꺼이 내어주고

나는 이제 나만의 햇살 속으로,

그 파란 시간의 철학 속으로 유영하려 한다.


​구름 위에는 여전히, 내가 알던 백록담이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