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봄

by 성낙필

무엇이 그리 아팠더냐
해가 바뀌면 오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봄은 제 자리에서 피고 지는데
너만 유독 젖은 발로 서 있었구나.

지난해 이곳의 쇠박새 소리는 처량했고
청딱따구리의 비명은 속울음 담았기에
애써 '기쁨의 미소'를 빌려와
억지로 입가에 걸어두려 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너의 잘못은 그 어디에도 없음을.

찌그러진 그릇이라 스스로를 탓했지만
그 굴곡마다 숲의 이슬이 고여
누군가의 목을 축이는 샘이 되었음을.




제주의 낮은 구름을 뚫고 올라갔을 때
비에 젖지 않는 파란 하늘을 보았느냐.

폭풍우 속에서도 백록담은
여전히 구름 위에 고요히 앉아 있더구나.

그러니 이제 수줍어하지 마라.
억지로 웃으려 애쓰지도 마라.




처량하면 처량한 대로, 시리면 시린 대로
그저 흐르는 시간의 철학을 몸으로 받아내렴.

내년 이맘때 우리 다시 만날 때는
어떤 표정이어도 좋다.

구름 아래 있든, 구름 위에 있든
너는 여전히 찬란한 숲의 주인일 테니까.

하늘나무 아래서,
너는 이미 충분히 잘 왔노라고
오늘의 바람이 네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응, 여기까지 잘 왔어~^^
2026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