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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도서관 Feb 07. 2024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오리지널스_애덤그랜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별점: 4.5/5 (추천)

한줄평: 창조적인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발간일: 2016년

읽은 시기: 2024년 1월 28일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기도 한 연구결과를 데이터와 풍부한 사례 기반으로 주장하는데 신선했던 부분이 많다. 게으름피우기에 대한 부분은 스스로도 몰랐지만 부지불식간에 느끼고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림 그리기를 새로 취미로 배우고 있는데 확실히 다른 종류의 두뇌 자극이 되면서 창의력이 높아진다고 느낀다. 예술 활동을 즐기고 게으름피우기를 좋아할수록 창조성이 높아진다는 통계를 보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뇌과학적으로도 맞는 것 같다.


1. 크롬 사용자가 익스플로러 사용자보다 업무 생산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수업 때 들었었는데 그 출처가 이 책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크롬 사용"과 "업무 생산성"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 하지만 "기존에 설치되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굳이 찾아서 설치하는 사람"은 "업무 생산성이 높을 수 있다"라는 해석을 달수 있게 된다.


2. 창조적 파괴가 첫 장의 부제라서 당연히 슘페터 이야기로 시작할 줄 알았다. 슘페터는 이윤은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로 인한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에서 파생되며, 이윤이란 바로 창조적 파괴행위를 이끈 기업가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책 제목도 독창성(originals)이고 새로운 체제를 주장하려면 당연히 기존 방식의 해체가 선행되야 한다. 


2-2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데미안, 헤르만 헤세


문학, 경제/경영서, 심리학에서는 의외로 동일한 개념을 서로 다르게 서술하는 것 뿐인 경우가 있다. 소년물의 흔한 주제 중 하나는 "나를 괴롭히는 장애물이나 적이 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인데 사업을 시작하려는 혁신 기업이 마주하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성장 초기에 있는 경우 겪는 문제와 해결 방안에 유사성이 있는 것 같다.


2-3 모든 것이 이중적이다. 데미안에서 새는 세계의 이중성(아브락사스)을 깨닫고 성숙해지는 소년을 그리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새가 알을 깨는 행위를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행위로 대치하면 알은 구습이나 비효율적인 경영방식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구습과 비효율적 의사결정구조를 파괴함으로써 혁신 기업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데미안의 이중성은 "선악의 모호함"에 가깝지만 기업경영자가 마주하는 일상적인 문제의 상당수 또한 이중적이거나 혹은 더 복잡하다. 


2-4 심리학에서는 양가감정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본다. 친적(=프레너미)이라는 개념이 최근 들어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친숙해진 개념이 되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와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슘페터, "데미안"의 헤르만 헤세 모두 20세기 초반의 인물들인데 모두 다른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어떤 대상에 대한 심리 상태가 오히려 전적으로 긍정적이기만 한 것을 전적으로 부정적이기만 한 것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동일 대상에 대해 극단적인 평가를 오락가락 내리는 사람을 심리학에서는 경계선 성격장애로 분류한다.


2-5 친적.  애증의 관계에 있는 친적은 사실 부정적인 감정만 있는 적보다 안좋다. 자신을 깎아내린 동료가 자신을 지지해주면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된다. 시종일관 부정적인 동료는 거리를 두고 대비하면 되지만 양면적인 관계에 있어 "일관성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을 상대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부정적 관계는 청산하고 애증의 관계는 복구하려 하는데 사실 정반대로 해야된다. 즉, 친적과는 인연을 끊고 적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동맹은 지속적으로 연대해왔던 이들이 아니라 처음에는 주장에 반대했으나 마음을 바꿔먹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3.  기업가는 경제학자 리샤르 캉티용이 만든 단어로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entrep reneur)"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창업을 한, 위험회피적이고 확신이 없는 창업자들이 오히려 실패 확률이 33% 낮았다. 창업에 전념을 한 자신감 넘치는 창업자들은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33% 높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 책에서 볼 법한 설문지 실험에서는 "기업가들이 일반인보다 훨씬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다"라고 결론 지었다.


4. 양과 질의 상충관계(trade-off b/w quantity & quality)는 일반적인 통념으로 심사숙고와 퇴고를 거듭한 작업물이 양은 적어도 질은 높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 창출" 분야에서는 "양이 질을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완전히 실패작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해내지만 이를 토대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 이것이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형 기업문화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이유라고 생각된다.  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직원이 없느냐고 불평하기 전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장려되는 기업 문화가 우선되야 하는 이유다.


5. 심층적이고 폭넓은 경험은창의력을 갖추는데 핵심 요인이다. 1901-2005년 사이 노벨상 수상자들은 그렇지 못한 과학자 집단에 비해 음악을 2배, 미술을 7배, 글쓰기를 12배, 공연을 22배 더 높은 확률로 취미활동으로 갖고 있었다.  뛰어난 과학자들이 예술에 흥미를 보인다는 것은 그들의 호기심과 재능이 뛰어다는 증거다.


6. 게으름 피우기(procrastination)는 창의력의 원천이다. 애초에 procrastination이라는 단어에 대해 고대 이집트에서는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가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1503년에 그리기 시작해 1519년 죽음에 임박해서 완성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 광학 실험에 정신이 팔려 시간을 낭비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역사학자 윌리엄 패너패커는 "다빈치는 빛이 어떻게 굴절되는지 연구했기 때문에 모나리자를 끊임없이 보완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것이 계획 세우기 과정을 건너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전략적으로 꾸물거리며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것"에 가깝다. 


7. 개척자와 정착자. 미국인은 선발주자가 유리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지만 마케팅 연구자인 피터 골더의 연구에 따르면 개척자의 실패율은 47%인데 반해 정착자의 실패율은 8%에 불과했으며 선발 주자가 됐을 때 불리한 점들이 더 많았다. 조지프 박이 창업한 "코즈모"는 2.5억달러 투자금을 조성했으나 2001년 파산했는데, 수요가 늘기 전에 너무 공격적으로 조직망을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신생 기업 넷 중 셋은 너무 일찍 규모를 확장해 실패했는데 게으름피우기(=적당한 때를 기다리기)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8.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주창한 사람의 열정에 쉽게 매료되지만 이것이 성공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척도는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난 후"에는 전략적 비관주의자가 되어 가장 나쁜 가능성을 상상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이 낫다.


9.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방법.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사람의 주장에서 허점을 찾아내려고 애쓰기 때문에 단점을 먼저 말하는게 낫다. 단점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1) 방어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려 무장해제할 수 있고 2) 피투자기업의 단점을 찾아야 하는 VC의 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 행동과 성품에 대한 교정. 성품에 대한 교정은 어렸을 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음주운전을 하지 마십시오"보다 "음주운전자가 되지 마십시오"라는 팻말이더 효과적이다.


11. 형제자매 중 나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더 반항적이고, 리스크를 수용하고 창조적이다. 야구 선수가 도루를 하는 것은 팀의 사기를 진작시키지만 많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하는 행위인데 가정에서 막내로 자란 야구선수는 도루를 돌 확률이 10배 높았다. 막내들은 1) 부모의 양육이 좀 더 너그럽고 2) 부모가 형제자매에게 양육을 위임하는 경우 또래 아이들에게 행동을 배우며 리스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나이"보다 "막내여부"가 더 창의력을 판단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즉, 나이가 많아지면서 창의력이 줄어드는 것 보다 막내로 자라서 창의력이 높아지는 것의 효과가 더 컸다.


12. 이론적 창의성과 실험적 창의성을 가르는 요인은 나이다. 아인슈타인은 젊은 나이에 상대성 이론으로 주목받았으나 이후 양자역학을 부정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접할 경우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으나 지식이 축적될수록 오히려 생각에 고착되게 되기 때문에 이론적 창의성은 낮아지게 된다. 반면 실험적 창의성은 실험 데이터가 대량으로 쌓여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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