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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도서관 Feb 07. 2024

양자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양자컴퓨터의 미래_미치오 카쿠


독서 플랫폼: 종이책 (밀리의 서재에 없음)

별점: 4.5/5 (추천)

발간일: 2023년 11월

한줄평: 아직 구현되지 못한 혁신 기술에는 SF같은 부분이 있다

읽은 시기: 2024년 1월 중순


1.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 중의 하나는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IONQ라는 종목이다. "양자컴퓨터 그게 되는거냐?" 라는 질문을 많이 하게되는데 실험실에서 극저온을 유지하는 등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 제한적인 수준의 연산은 가능하다.


"양자컴퓨터는 사기"라며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스콜피온캐피탈은  2022년 5월 3일 "양자 컴퓨터는 니콜라 같은 사진을 동반한 사기(World's most powerful quantum computer is a hoax with staged nikola-style photos)"라며 공매도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이때도 주가가 고점 대비 1/4토막이 난 시기였다. 주가는 이후 약 1년을 더 횡보하다가 23년 5월부터 인공지능발 시장 랠리에 동참하며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다.


여전한 논란. B2C 매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양자적 혁신 제품도 딱히 없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나 어쨌든 굉장한 주가 상승률로 2023년 상반기 크게 주목받았던 주식이다. 2023년 1월 초 3.5달러에 불과하던 주가는 불과 9개월만에 19.3달러까지 치솟으며 60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1월 26일 종가는 현재 11.01달러에 불과해 고점에서 잘못 물렸다면 반토막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수도 있다. 



2. 미국 ETF라는 비교적 잘 분산된 투자 상품에 익숙하면서 양자 컴퓨터에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QTUM이라는 양자컴퓨터 ETF도 들어봤을 것이다.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데 최근까지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들의 성과로 버티고 있는 것 같고 사실 시가총액 가중으로 생각해보면 아이온큐와 엔비디아를 동시에 편입했다는 것 자체가 아이온큐를 매우 많이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3. 미치오 카쿠 교수는 이론물리학계의 석학으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외계인이 있다"라는 주장으로도 유명한 것 같다.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별과 은하의 숫자를 고려하면 있다고 추정하는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으로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그 확률값을 구하기도 한다..) "가우스 전자"로 유명한 곽백수 작가의 신작 "파견체"에도 외계인과 미치오 카쿠 교수가 등장하는데 극중 이름은 바꿨지만 똑같이 생겼다


4. 실리콘 시대의 종말.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 연산 능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된다는 법칙인데 지난 수십년간 거의 정확히 맞아왔지만 주기가 점차 길어지기 시작했다. 요즘 생산되는 마이크로칩의 트랜지스터의 가장 얇은 층은 원자 20개가 들어가는데 이 간격이 더 좁아지면 양자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성능을 보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리콘 반도체에 기반한 컴퓨터는 따라서 물리법칙으로 초래된 필연적 결과로 그 기능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매년 스마트폰이 새로 나오지만 본질적인 성능 개선보다 카메라나 디자인을 자꾸 홍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에 미치오 카쿠 교수는 "우리는 실리콘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는 산증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5. 상온 초전도체. 원자는 워낙 작고 예민한 물체라서 외부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배열이 깨지면서 계산에 오류가 생긴다. 외부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1) 원치 않는 진동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거나(IBM, Google) 2) 상온 이온트랩 방식(IONQ)으로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데 여전히 한계는 뚜렷하다. "상온 초전도체"라는 테마로 한동안 주식시장이 출렁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미치오 카쿠 교수는 "식물의 광합성은 상온에서 일어나는 양자적 과정"이므로 "그 비결은 아직 미지로 남아있지만 이를 알아낸다면 양자컴퓨터는 물론이고 생명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6. 배터리 개발. 컴퓨터 성능은 실리콘 칩 트랜지수터 수에 비례하므로 기판 에칭 과정에 더 짧은 자외선을 쪼이면 성능이 올라가지만 배터리는 화학물질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해 발전이 느린 상황이다. 양자 컴퓨터의 등장으로 화학실험을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그 효율이 극대화되므로 태양에너지 시대는 양자컴퓨터와 함께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태양광, 양자컴퓨터 관련주의 주가 추이를 봤을 때 그게 근미래는 아닐 듯하다. 일반적으로 기업 이익 추정치는 12개월을 사용하고 길면 2년, 3년정도까지 반영해 밸류에이션을 한다. 그런데 최소한 태양광이나 양자컴퓨터 관련 기업을 담당자들이 향후 3년 안에 유의미한 영업이익 증가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는 것 같다.)


7.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일련의 공리를 이용해 모든 참명제를 증명하고자 했던 힐베르트 프로젝트에 대해 "수학에는 증명될 수 없는 참명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 미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의 실험 예측력이 우수하고 거시세계에서는 상대성이론(중력이론)을 적용하는데 이 두 이론이 서로 통합되지 못하고 있는 현대물리학의 문제와도 비슷한 궤가 있는 것 같다. 폰노이만은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해 각기 다른 물리법칙을 따른다고 주장했다. 


8.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 EPR역설. 상대성 이론이라는 독창적인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을 끝내 인정하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193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인슈타인은 닐스 보어와 정면 대결을 펼쳤는데 물리학자들은 이 대결을 보어의 판정승으로 평가했다. 5년 후 아인슈타인은 박사과정 제자 두 명과(E:아인슈타인 P,R: 박사 제자 두 명의 이름) 함께 "EPR 역설"을 제시한다. 결맞음 상태에 있는 2개의 전자 하나를 지구에 두고 다른 하나를 은하 반대편에 두었을 때 스핀합이 0이어야하므로 한 쪽의 스핀 방향을 알면 다른 한쪽의 스핀 방향을 자동으로 알게된다. 그런데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정보교환이 불가능하므로 역설이 발생한다. 요즘 물리학자들이 "양자 얽힘"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이에 대해 현대 물리학은 "이렇게 이동한 정보는 유용하지 못한 정보이며 유용한 내용이 담긴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수 없다"라고 수정했으며 EPR역설은 양자컴퓨터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핵심 원리가 되었다.


결론: 비전공자 입장에서도 쉽게 입문하기 좋은 책. 물리학 비전공자 입장에서 쉽지 않은 내용도 있으나 수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상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어쨌든 다 읽을 수는 있다. 최근 시장을 움직였던 수많은 테마들에 물리학 개념이 등장하면서 경제 방송에 물리학 교수님들이 많이 출연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물론 상온 초전도체나 배터리 개발 등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모두 알 수는 없더라도 어느정도 보폭을 맞춰 따라갈 필요는 있다. 이중슬릿 실험,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일반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내용과 양자컴퓨터가 왜 현대 암호체계를 깨부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여러가지 내용이 더 있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실험실의 제한적 환경에서만 적용되는 기술이다. 러스트 벨트가 몰락했던 것 처럼 실리콘 밸리의 몰락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미치오 카쿠 교수의 전망은 다소 시기가 너무 이르고 아직은 급진적이다. 여전히 실리콘 밸리는 잘나가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만 돈을 벌고 있으며 시장을 주도하는 AI 기술도 다 빅테크 주도다. 밸류에이션이 비싸다고 생각되는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주가가 더 올라가서 더 비싸지고 있으며 반대로 밸류에이션이 싸다고 생각되는 기업은 하루가 멀다하고 주가가 더 빠지고 있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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