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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도서관 Feb 08. 2024

일본의 부상, 한국의 위기

일본이 온다_김현철


독서 플랫폼: 종이책 (밀리의 서재에 없음)

별점: 4.0/5

한줄평: 일본 전문가가 쉽게 풀어쓴 일본 경제의 흥망성쇠

발간일: 2023년 9월

읽은 시기: 2024년 2월 3일


1.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성인이 된 베이비부머들에게는 기술 강국이자 선진국이었으나 일본 경제는 1990년대에 정점을 맞고 잃어버린 30년을 겪는다. 부머 세대의 자식들인 MZ들에게는 포켓몬 등 만화/문화 컨텐츠로 친숙하지만 "오타쿠"라는 낙인이 두려워 이를 숨기기도 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마스크걸"의 주오남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1-2. 포켓몬 IP는 여전히 전세계인들의 팬심을 자극하지만 매년 나오는 포켓몬 신작 게임의 퀄리티는 실망스럽기만 하다.(그런데도 잘 팔린다..) 2024년에 스팀에 출시하자마자 누적 유저 1900만을 기록한 팔월드는 "어둠의 포켓몬"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게이머들은 이제 "포켓몬은 그동안 뭘 했느냐"며 팰월드를 지지하고 있다.


2. 일본 버블의 정점인 1990년대만 해도 성공적인 일본 기업 혁신 사례가 교과서에 가득했으나 이제는 일본 기업의 실패 원인을 공부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소니"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던 시기에 혁신하지 못했다. 장인들의 노하우로 우위에 있던 브라운관 기술에 집착한 나머지 혁신에 실패했고 반면 일본의 하청 기업에 불과하던 삼성과 LG는 재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혁신의 시기에 변화를 거부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인공지능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는 2024년도에도 유효한 조언이다.


3. 플라자 합의(1985년). 미,영,프,독,일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이 플라자 호텔에 모여 달러 약세/엔화 강세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흑자를 내던 일본을 압박한 것이다. 엔화 강세로 일본 수출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BoJ는 불황을 타개하고자 완화정책을 펼친다. 그 결과 자산버블이 급속하게 생겨났는데 1990년대에 정점을 찍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 주식이 먼저 급락했으며 부동산은 1년 정도 후행해서 급락하였다.


4. 한강의 기적보다 놀라운 세계화의 기적.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표현의 번역은 "Rising from the ashes of Korean War" 로 시작하는데 관용어구 처럼 많이 써서 한 때 열심히 외웠다. 그런데 사실 한국전쟁 이후 90년대 까지의 성장보다 이후 일본이 30년을 잃어버리는 동안 한국만 선진국이 된 것이 더 놀랍다. 지금의 중국이 대표적인데 사실 폐허에서 중진국까지 발전하는 것보다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흔히 "중진국의 함정"이라고 표현한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평가받는 중국 주식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리고 있으며 21년 초 고점 대비로는 반토막도 안되는 가격이다.


5. 종업원 자본주의. 최근에 와서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주창되고 있지만 미국은 "주주 자본주의"로 많이 알려진 나라다. 반면 일본은 종업원 중에서 이사회 구성원과 대표이사가 선임되는 종업원 자본주의다. 일본은 주주가 분산되어있어 주주가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회사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서는 경우가 별로 없다.


6. 반일감정. 정치인들에게는 시기적절하게 국민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유용한 선거용 소재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일본 불매 운동"을 한다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관광객이 되었다.  잃어버린 30년이라던 일본은 그동안의 증시 부진을 모두 딛고 세계에서 가장 주식 수익률이 높은 나라가 되었으며 일본이 작년부터 시행했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한국도 부랴부랴 따라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내 생각에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은 양가감정에 가깝다.


7. 일본주가. 일본의 주가는 잃어버린 30년을 모두 회복하고 아시아에서 중국 거래소 시총마저 넘어버렸다. (중국 자체의 부진 탓도 크다) 일본의 나홀로 계속되는 부양정책, 엔저로 인한 수출 호재, 주주환원율 개선 모두 맞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 반도체의 상승세는 놀라운 수준인데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일본 반도체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92.9% 수준이다. 물론 엔화 약세를 고려하면 환헷지 관리를 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성과는 이보다는 다소 낮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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