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20년, 서울의 물길이 다시 흐르다

by 강준형
청계천 복원 20년, 서울의 물길이 다시 흐르다

도심 재생의 상징에서 지속가능성의 시험대로…20년의 성과와 과제



도심 한복판 콘크리트 하천, 복원의 출발점이 되다


2005년 10월 1일, 복개도로 아래에서 사라졌던 청계천이 다시 물길을 드러냈다. 반세기 동안 자동차와 콘크리트가 지배했던 도심 한복판에 ‘물의 길’이 돌아온 것이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추진한 복원 사업은 단순한 미화나 정비가 아니라 서울의 경쟁력 회복과 도시 브랜드 재구축을 목표로 한 대형 도시 프로젝트였다.


복원 이전의 청계천은 오염된 하수와 빗물이 뒤섞이고 복개 구조물에서 유독가스가 배출되는 등 도시 환경의 취약지대였다. 청계고가는 노후화로 안전 위험 등급 판정을 받았고, 주변 상권도 쇠락해 있었다. 서울시는 청계천을 도시 쇠퇴의 상징이 아닌 재생의 기점으로 삼기로 했다.


(배경) 환경, 재생, 그리고 도시 이미지


청계천 복원은 네 가지 동기가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첫째, 환경과 위생의 문제다. 복개(매립)된 하천이 사실상 ‘하수관’ 역할을 하며 시민 건강을 위협했고, 열섬 현상이 심화되었다. 둘째, 도심 쇠퇴와 그에 따른 경쟁력 약화다. 강북 도심은 잇따른 기업 이탈과 건물 노후화로 활력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서울시의 행정 중심지조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셋째, 역사·문화적 회복이다. 청계천은 조선시대부터 한양의 중심 공간이었던 만큼 복원은 ‘역사와 현대의 연결’을 상징했다. 마지막으로, 도시 브랜드 강화다. 세계 주요 도시가 친환경·보행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서울은 ‘물의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려 했다.


(복원 과정) 계획에서 개통까지 27개월


복원 공사는 2003년 착공 후 2년 3개월 만인 2005년 완공됐다.


첫 단계는 기획·설계와 공론화였다. 시민위원회, 공청회 등이 열렸지만 “시 행정이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두 번째는 복개 구조물 철거였다. 청계고가도로와 복개구조를 해체하고 보행·수변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교통 혼잡이 우려됐지만,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심이 바뀌었다. 세 번째는 유지용수 공급 체계 구축이었다. 자연 유량이 부족한 탓에 한강 물을 정수해 펌프로 끌어올려 하천에 공급하는 인공 순환 구조가 적용됐다. 이는 지금까지도 지속가능성 논란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상인 보상과 기반 정비가 병행됐다. 복원 구간의 상권이 축소되자, 시는 수천 차례 면담과 보상·이전 협의를 진행했다. 사업 추진력은 강했지만 절차적 투명성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남았다.


(갈등) “생계 위협” vs “도시의 미래”


복원은 처음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가장 큰 저항은 청계천 일대 상인과 노점상이었다. 차량 통행이 줄면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불안이 컸고, 일부는 극단적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대체 상권과 이전 보상을 병행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환경단체와 일부 학자들은 “복원이 아닌 인공 수로 설치”라고 비판했다. 유지용수를 펌핑하는 방식이 에너지 낭비와 생태 부담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밖에 교통체증,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공론화 부족도 논란이었다. 시민 참여 창구는 있었으나 실질적 권한은 약했다. 결과적으로 청계천 복원은 “강한 리더십과 행정집중형 프로젝트”로 평가받으며, 절차적 신뢰의 중요성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청계천의 현재, 도시의 생태·문화·경제를 잇다


복원 20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은 서울의 대표 명소이자 생태 복원의 상징이 되었다.

환경적으로는 생물 다양성이 뚜렷이 늘었다. 복원 전 3~4종에 불과하던 어류는 현재 28종으로 늘었고, 총 666종의 생물이 서식한다. 1급수 어종인 쉬리도 관찰됐다. 도시적으로는 열섬 현상 완화 효과가 확인됐다. 여름철 청계천 주변 기온은 인근 도로보다 평균 3~5도 낮다. 사회적으로는 보행·여가 공간의 확대다. 하루 평균 5만 명 이상이 찾는 시민 휴식처가 되었고,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았다. 문화적으로는 역사 복원의 무대이기도 하다. 광통교 복원, 수표교 보존, 청계천박물관 개관 등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동시에 시민참여·생태교육 프로그램의 중심지로 활용되며 ‘살아 있는 도시 교실’로 기능하고 있다.


20년의 성과와 한계


청계천 복원은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도심 이미지를 바꾸었으며 보행자 중심의 도시문화를 이끌었다. 대기질 개선, 온도 저감, 관광수입 증대 등 계량적 성과도 있다. 무엇보다 “콘크리트의 도시를 자연과 사람의 도시로 되돌린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비판도 존재한다. 유지용수를 한강에서 끌어올리는 구조는 에너지 소모와 관리비 증가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하천 단면이 인공적으로 설계돼 자연성 부족 지적이 이어진다. 그밖에 일부 상권이 여전히 침체됐다는 점도 해결하지 못했다.


다음 20년을 위한 과제


전문가들은 “청계천 20년은 물리적 복원에서 생태적·사회적 복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유지용수의 친환경 순환체계 전환, 빗물 재활용 확대가 필요하고, 생태 다양성을 높이는 자연형 설계 보완이 요구된다. 또한 시민·전문가·행정이 함께 관리하는 상설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중랑천, 안양천 등 외곽 하천까지 연결해 도심-지천-한강을 잇는 수변 네트워크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복원 20년, 청계천은 더 이상 과거의 회복이 아니라 미래의 실험실이 되었다. 그 물길이 ‘지속가능한 도시 서울’을 향해 흘러갈 수 있을지, 다음 20년이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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