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공짜"보다는 "조건 있는 혜택"이 낫다

by 강준형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솔직하다. ‘공짜’라는 말 앞에선 누구나 마음이 한 번쯤은 흔들린다. 가격표가 없다는 이유만으 로, 필요 없던 물건도 괜히 혹하게 되고 그다지 관심 없던 서비스도 ‘무료’라는 말 한마디에 시선을 끌게 된다.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무언가를 얻는다는 생각은 왠지 모르게 이득을 봤다는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렇게 쉽게 얻은 것에는 그만큼 보이지 않는 대가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받은 무료 음료 한 병, 앱을 설치하면 주는 무료 쿠폰, 가입만 하면 받을 수 있는 경품. 이 모든 ‘공짜’ 뒤에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뭔가를 내놓게 된다. 전화번호, 이메일 같은 개인정보일 수도 있고, 주의력, 시간, 혹은 불필요한 구독일 수도 있다. 겉으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도 모르게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비해 ‘혜택’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혜택은 다르다. 혜택은 처음부터 거래의 구조를 전제로 한다. 정기구독을 해야 1개월 무료 체험이 가능하고,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해야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 조건이 명확하고, 무엇을 해야 얻을 수 있는지도 분명하다. 그래서 혜택은 받기 전에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걸 얻기 위해 내가 치러야 할 대가는 뭘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공짜는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만, 혜택은 판단을 작동하게 만든다. 공짜는 '지금 받으세요!'라고 감정을 자극하지만, 혜택은 '이 조건을 보고 판단해 보세요'라고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후자 쪽이 훨씬 더 건강한 구조다. 실제로 공짜는 때때로 사람을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 깊이 따져보지 않고 무언가를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치 않는 메일이나 광고에 시달리게 되기도 하고 더는 쓰지 않는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게 되기도 한다. 공짜가 제공한 건 작은 즐거움이었을지 몰라도 그 대가는 생각보다 길게 따라온다.

반면 혜택은 사용자의 '선택'을 필요로 한다. 받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고, 그것이 나에게 맞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혜택은 공짜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소비를 유도한다. 단순히 뭔가를 ‘얻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걸 ‘선택’하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모든 공짜가 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진짜 순수한 의도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우연히 얻은 공짜가 기분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졌느냐는 것이다. 공짜를 무작정 반기기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도나 구조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역사 속 경제(9.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