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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Oct 02. 2020

햇밤 줍는 마음

자유로운 삶을 위한 2가지 팁

추석 아침 코로나 전염 매개자가 될까 봐 고향에 가지 못한 우리는 산으로 갔습니다. 사람들 오가는 유명한 산이 아닌 마을 옆 작은 언덕배기입니다. 준비 도구는 장화와 집게, 에코백, 그리고 물.


툭, 투툭, 툭.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면 아담한 밤송이가 떨어져 있습니다. 두근두근 보물을 발견한 마음으로 알밤을 주워 담았습니다.


원래 살던 집 뒤에도 밤숲이 있어 첫째 아이 장화 신기고 둘째는 유모차 끌고 가을이면 꼭 햇밤을 주워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밤 채집러 4년 차.


옆 동네로 이사 와서 맞이하는 첫가을, 밤 주으러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지인이 가르쳐준 좌표가 떠올랐습니다. 마을 사람들만 알음알음 알고 있는 근처 작은 산.


사람 없는 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알토란같이 반짝이는 보석들을 모읍니다. 한번 삶아먹을 만큼 30분 정도 모으니 한 아름 쌓였습니다. 경사진 산기슭 오르내리며 모험을 즐기던 아이들도 실컷 몸을 놀려 만족스럽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요




삶의 질이 무엇일까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봄이면 달래 냉이 캐서 먹고살고,

여름이면 오디 머루 따서 먹고살고

가을이면 밤 도토리 주워 먹고살고

겨울이면 묵나물 달달 볶아 먹고살고.

단순하고 단순하게.


만원 있으나 백만 원 있으나 혹은 억대 연봉이거나, 인간은 공평하게 한 번에 1끼 하루에 3끼 먹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귀한 음식 꼭꼭 씹어먹고, 두런두런 소담스러운 이야기 나누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얼마나 보낼 수 있느냐가 행복한 삶의 열쇠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저 역시 돈을 벌고 있고 금전을 부정하지 않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할 것은 돈보다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유보다 존재.


"시간은 인생의 원동력이 되어야지 돈과 맞바꿔져서는 안 된다"(부의 추월차선_115쪽)


"진정한 성공은 '평화로운 상태'에 놓여있다는 뜻이다"(마흔이 되기 전에_149쪽)


엠제이 드마코와 알랭 드 보통도 책을 통해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과 끝없는 욕망 속에서
어떻게
나다움의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


제가 경험한 방법 두 가지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첫째, 하루 중 30분 고요한 시간 챙기기


젊은 시절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살면 평화로울 거야... 과감하게 깊은 산골로 귀농까지 감행했지만 볕 좋아 보이던 그곳도 가까이 가면 소똥 개똥 굴러다니는 그늘이 있더라고요. 행복의 비결은 사는 곳이 아닌 내 마음에 있다는 파랑새도 아는 사실을 뒤늦게 조금씩 체득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시간을 하루 중 한 번이라도 실현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정신없이 일어나 직장 가서 종일 일하고 퇴근해 아이 돌보고 핸드폰 들여다보다 쓰러져 잠드는 24시간이 반복된다면, 하와이에 살아도 티베트에 거주해도 삶은 팍팍해질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30분이라도 짬을 내어 살고 싶은 모양새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실천의 유무가 하루의 질, 한 달의 질... 나아가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심호흡하고 깨끗한 물 한 잔 마시고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몸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데, 바쁘다고 얼마간 건너뛰면 '여긴 어디? 난 누구?'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답니다. 30분의 고요한 시간이 제 인생의 키잡이입니다.



둘째, 계절과 절기를 아는 삶


어디에 살든 어두운 지하세계가 아닌 이상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알고 철 따라 살아가 보는 것입니다. 조금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을 수 있는데, 사실 굉장히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옛날부터 잘 정리되어 내려오는 '24절기'가 있거든요. 절기를 알고 계절을 느끼며 때에 맞는 음식을 먹어보는 겁니다.


절기는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냅니다(네이버 사전 참고). '동지'에서 15일마다 하나씩 절기가 이어지지요.


최근의 절기는 9월 22일 '추분'이었는데, '가을을 반으로 나눈다'라는 뜻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입니다. 지난주 저녁식사 중 밖이 급작스레 깜깜해져서 낮이 많이 짧아졌구나 식구들과 이야기 나눴는데 추분 무렵이었네요. 일교차가 큰 추분에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적절한 야외활동으로 따뜻한 볕을 쬐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추분에 먹기 좋은 제철음식으로는 고등어, 갈치, 광어, 배, 은행, 밤 등이 있습니다.


새롭게 파고들어 공부할 필요 없이 지금이 무슨 절기라고 조상님들이 깨끗하게 정리해두셨고 그걸 갖다 쓰기만 하면 됩니다. 자연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시대이기에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익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몸에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


마음의 자유를 위한 시간과 함께, 내 몸을 둘러싼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건강하고 심플한 계절밥상을 맞이하는 것이 '자유로운 삶'을 위한 팁입니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자연의 선물을 맛보는 즐거움




앞으로 두어 번 산책하듯 밤숲을 다녀올 계획입니다. 그러다 보면 찬 바람 부는 계절이 시작되겠지요.


나다움의 시간을 30분씩 보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훌훌 거닐다 보면, '행복'이 늘 곁에 머물고 있었음을 자주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행복은 늘 곁에 있다는 것. 고요히 걷는 사람에겐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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