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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May 20. 2024

5월에 미리 해보는 상반기 결산

내가 가진 열매로 우울증 극복하기

유독 힘이 빠지는 나날이다. 특히 지난주에 얼굴이 막 가렵더니 자고 일어나 평소 얼굴의 2배로 부풀어 있는 상황을 경험하니 더더욱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얼굴에서 시작된 알레르기 현상은 피부과 주사와 연고, 독한 약을 쓰고도 쉽게 낫지 않고 목을 타고 내려와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팔과 다리로 가려움이 전이되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출근해서 겨우 일을 한 다음 오후에는 이른 병조퇴를 하며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잠드는 9시면 같이 잠자리에 들어 아침 7시까지 내리 잔다. 작년 열두 달을 새벽기상 모임 주도하며 5시부터 깨어있던 삶은 온데간데없다. 3, 4월은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녹아내리듯 잠이 쏟아졌고, 이제 좀 한숨 돌리겠다 싶은 5월이었는데 알레르기 증상과 함께 다시 이부자리에 녹아들고 있다.


SNS를 보면 일상은 기본으로 잘 살면서 자기 사업까지 착착 잘 진행하는 분들이 수두룩해서 나만 제자리에 서 있는... 아니 퇴보한 기분마저 든다. 몸이 힘드니 지상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기분.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 말해줬다.

"언니가 올해 상반기 동안 이룬 것이 얼마나 많은데..."


생경했다. 뭘까. 내가 이룬 것이...

"음... 글쎄..."


손으로 하나 둘 꼽아보니 건져 올릴 것들이 보이는 듯 하다. 우울감에 젖어있기보다 다시 나를 보듬기 위해 알레르기로 울긋불긋한 팔다리를 긁어가며 지금 시점에서 상반기를 정리해 본다.





미리 해보는 상반기 결산들


1. 1월엔 20일 동안 아이들과 치앙마이, 푸껫, 끄라비 여행


그랬다. 작년도 아니고 2024년 1월에 나는 11살, 9살 되는 두 아이와 (아이들 철들고는) 처음으로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올랐던 거다. 남편은 나중에 합류했고 아이들과 엄마인 내가 가는 여행이었다. 휴직하는 기간 동안 꼭 해외 장기여행을 가리라 마음먹었는데, 부랴부랴 준비해서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도시 치앙마이에 갔던 거다.


치앙마이만 갔으랴, 한번 간 김에 열대의 바다에도 가고 싶어 치앙마이에서 국내선 살아타고 푸껫에 도착. 에메랄드빛 비치와 리조트에서 실컷 놀고, 피피섬에 가서도 3박을 했었다. 그리고 또 한 곳 가고 싶었던 도시 끄라비에 상륙. 태국의 도시들을 누비며 먹고 놀고 즐겼다.


2. 숙원사업 청산, 2월엔 라식 수술


라식수술은 이십 대부터 내 숙제였다. 꼭 하고 싶었는데 두려움 속에서 못 하고 못 하다가, 애 둘 낳은 배짱에다 더 이상 늦으면 노안으로 10년 치 혜택도 못 보겠다 싶은 마흔의 초반에 감행했다.


2월에는 꼭 라식수술을 하리라 결심하고, 돌봐줄 이 없어 두 아이 서울 강남의 안과 데리고 가서 검사하던 날, 바로 수술까지 진행해 버렸다. 라식수술은 성공적이었고 다행히 살짝 앞이 보여 아이들이 나를 안내해서 대중교통으로 경기도 내가 사는 곳까지 돌아왔다. 기특하고 대견했다.


그리고 잘 회복해서, 나는 중학생 이후 처음으로 안경없는 편한 생활과 함께, 5킬로그램 감량까지 덧붙여 미모를 찾았다.


3. 구직 성공, 3월부터 다시 돈벌이 시작


2월에 구직을 했고 좋은 일자리를 구했다. 3월, 4월, 5월까지 총 3회의 급여를 받았다. 아싸. 좋다. 수고했다.


1년을 쉬었다 직장생활을 하니 초반에 적응한다고 정신이 없긴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정돈되고 내 손에 들어와서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다.


4. 4월엔 두 번째 출간책 출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


23년도 <엄마표 발도르프 자연육아>에 이어, 올해 4월 <발도르프 한글 첫걸음>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온라인 인서점 베스트셀러 인증에 이어 네이버에서도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는 성과를 남겼다. 아이들과 직접 작업해 볼 수 있는 한글 워크북이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감사하고 기뻤다.


여전히 절찬리, 성황리에 잘 판매되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고(출판사의 판매정도를 작가는 일일이 모른다), 두 번째 책을 출간해 보니 첫 번째만큼 매 순간 간이 떨리고 하진 않아서 덤덤하고 편안하게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5. 아이들은 편안하다


다시 출근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들의 케어. 다행히 시골 작은 학교에 '스쿨버스'가 생겼다! 첫출발지점이 우리 집. 아이들은 스쿨버스 타고 등교하고 학교에서 잘 놀다가 스쿨버스 타고 안전하고 하교한다. 라이딩해 주는 엄마가 사라지고 곧바로 셔틀이 생긴 상황은 참으로 복 받은 일이다.


5월 1일 노동절날 직장을 쉬는 엄마 따라 놀이동산 놀러 가자고 해도,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서 빠질 수 없다고 등교한 아이. 음... 아이들은 학교와 선생님과 친구들을 무척 사랑한다. 재미있는 일이 가득한 시골 작은 학교다.



여기까지 글을 쓰는 동안 팔다리의 간지러움이 줄었고, 기분이 나아졌다. 어라? 나 이런 것들을 정말 잘하고 있었잖아. 충분히 의미 있게 살았네. 멋지다.


비교하며 나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기보다, 내가 이미 가진 것, 잘하는 것을 헤아려 보라는 <김미경의 마흔수업> 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 잘하는 종목이 있고, 마이너스 100점부터 플러스 100점까지 점수도 골고루 가지고 있다. 마이너스에서 시작해 10년 전, 5년 전부터 더 나아지고 있는 내가 내 안에 있다. 남과 비교하느라 나에게 상처 주지 말고 이만큼 살아낸 나를 칭찬하고 스스로를 존경하자. 다른 사람의 꼭대기를 향해 있던 시선이 나 자신으로 향하고 있다면, 나의 못남과 부족함을 따스히 안아주고 격려할 수 있다면, 어른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김미경의 마흔수업>_87~88쪽


보통 상반기의 결산은 6월 말경 하는데, 내가 해보고 싶으면 해 보는 거다. 5월에 미리 돌아본 열매들로 새 에너지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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