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 아이가 어떻게 엄마한테 왔을까?"

아이가 자라는 모습 자체가 여전히 신비롭고 황홀한 엄마의 이야기

by 샨티

둘째의 키가 첫째의 키를 따라잡았다. 아빠 쪽 키를 물려받은 첫째는 평균부터 작은 편이다. 엄마 쪽 키를 물려받은 둘째는 또래에 비해 큰 편이다. 어릴 때는 확연히 오빠가 컸었는데, 작년부터는 5cm 정도 차이 나더니, 올해 초에는 거의 같아졌다. 둘을 데리고 나가면 쌍둥이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첫째 아이 입장에는 아쉬움이 크겠으나, 둘째가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기특하다.


우리 집에서 엄마 아빠보다 밥을 더 잘 먹는 둘째. 확실히 쑥쑥 크는 아이는 음식도 잘 먹는구나, 둘째를 보며 뻔한 순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핸드폰이 없건만 의자에 앉는 자세가 좋지 않았을까, 약간의 거북목 증상도 있고 어깨도 늘 뻐근하다고 해서 올봄부터 발레를 보내기 시작했다. 3학년쯤 되었으니 운동 하나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아서 둘째와 고민하다가, 음악을 듣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고 K-pop 댄스 수업도 즐겁게 하고 있는 터라 발레를 시작하게 되었다. 불과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뻗뻗했던 관절이 유연해지고 어깨와 목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세를 교정해서인지 팔다리가 더 길어진 것 같다.


'우리 엄마도 나 키울 때 이렇게 예뻤을까?'

경상도 특유의 묵뚝뚝한 성격을 가진 엄마는 "우리 딸 예쁘다"라는 말을 쉽사리 표현하지 못하는 분이셨다. 그래도 지금의 내 심정으로 나를 키우셨으리라 짐작해 본다. 직접 딸을 낳고 키워보니 참 예쁘다. 매일 끌어안고 뽀뽀하고... 잠자리 독립을 했지만 폭염 속 거실에 한 대 밖에 설치하지 않은 에어컨 때문에 초여름부터 지금까지 꼭 끌어안고 같이 자고 있다. 푹 잠든 아이를 바라볼 때의 마음은 더욱 벅차다. 애들은 잘 때가 제일 예쁘다던데 그건 어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누가 물어가도 모르게 100% 무장해제된 편안한 표정으로 편안하게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 온전히 나를 믿고 있는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사랑의 감정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아빠의 딸 사랑은 더 한지 남편도 잠든 딸 옆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환한 미소로 토닥토닥해주느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어떻게 엄마한테 왔을까?"

아이를 꼭 안아주며 한 번씩 물어본다.


"응, 그건 말이지. 하늘에서 보니까 엄마 아빠가 너무 멋지고 좋은 거야. 그래서 이 집으로 왔지"

아이는 자기 눈에 엄마아빠도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 이렇게 이야기해 준다.


사실 나는 외모에 자신이 별로 없다. 그중에서도 자신감을 뚝뚝 떨어지게 하는 부분은 바로 '피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깡시골에서 햇볕 듬뿍 받고 노느라 새까맣게 탄 얼굴로 지냈다. 그때는 비교할 사람도 없었고 피부라는 것에 관심도 없을 때였다. 피부에 관심이 본격적으로 생긴 건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때부터 드문드문 난 여드름이 고 1 때는 온 얼굴을 덮었고, 화농성 여드름을 맨 손으로 짠 흔적은 큰 모공과 점으로 남았다. 그러고도 여드름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아, 대학생 시절을 지나 사회 초년생이 된 이십 대 중반까지 울긋불긋한 뾰루지가 따라다녔다.


피부과를 가보고 점을 빼고 하는 건 시골문화에서 자란 내겐 사치. 내 돈 벌고 나서도 쉽게 피부클리닉은 찾지 못하다가, 이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마사지 10회권을 끊게 되었고 점을 빼겠다는 예약도 잡았다. 여드름은 잡혔으나 점은 예약해 둔 날짜에 클리닉에 못 가게 되었고, 이후 계속 얼굴에 여드름 얼룩과 점을 단 채 살아갔다. 결국 결혼하고 아기 낳고 아이들 초등학교 가기 직전까지 키우고 나서야 서른 후반에 큰맘 먹고 피부과에 갔다. 10분이면 끝나는 시술을 왜 그리 미뤘을까? 그만큼 피부는 포기하고 산 것 같다.


또 하나 더 있다. 삼십 대 초반 첫째를 임신하고 나서야 알게 된 갑상선 항진증. 약으로 치료는 했지만 그 사이 안구가 꽤 튀어나왔었고, 그 부분이 다시 들어가며 눈 밑에 다크서클처럼 깊은 꺼짐이 생겨버렸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아파 보이는 얼굴. 게다가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자연에서 지낸다고 선크림도 없이 햇볕을 잔뜩 받았더니 눈 밑 주름은 또래보다 훨씬 빨리 많이 생겼다. 화장을 하고 가려도 확실히 피부가 자신이 없으니 마음 한편에 외모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런 나에게 아이는 엄마가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말해준다. 누가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아이를 볼 때 사랑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인데, 누군가 나에게 그런 조건 없는 사랑을 똑같이 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린 딸을 바라보며, 여전히 어여쁘고 소중한 나 자신도 함께 바라본다. 그동안 외모를 비하하고 자신 없어하고 원망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아이가 말해준 것처럼 '하늘에서 봤을 때도 멋지고 좋은 사람', 그게 나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고 가장 예쁠 나이다. 지금부터라도 나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신체를 아름답게 가꾸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을 하며 지내볼 용기가 생긴다. 요즘은 워낙 주변 엄마들의 피부가 볼록하고 반짝반짝하기까지 하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클리닉을 고정적으로 다니는 분들도 퍽 많다. 열정적으로 시술을 받는 것까지는 내 스타일이 아니겠으나, 할 수 있는 만큼 나를 아끼고 관리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아이와 주고받는 사랑이 오늘도 한 뼘 더 나를 자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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