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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21. 2016

우분투

한 인간의 완성은 타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분투(ubuntu), 우리에게는 리눅스의 한 갈래로 알려져 있다. 2012년에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분투는 개인용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눅스 배포판이다. 나는 리눅스를 쓰지 않는다. 나는 IT를 업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우분투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겼다. 그것도 제주도에서....


우분투 14.1 데스크탑의 화면캡쳐, 위키피디아


2012년 기후변화학회가 제주도에서 있었다. 제주대학교에서 학회를 마치고 평의원들과 회장단은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겉모양은 허름하고 방은 비좁았지만, 나름 지역의 맛집이었다. 제주도의 싱싱한 해산물과 횟감이 상위에 올라오고 한라산이 한두순배 돌았다. 드디어 회장단의 건배 제의가 시작되었다. 나름 이때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온 듯 했다.


기상연구소의 조천호 과장의 건배 제의 차례가 왔다. 그는 나이를 가름하기 힘들 정도의 젊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에서는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는 과학자였. 세월의 흔적인 비켜간   해맑은 미소가 있는 표정이지만 약간의 곱쓸한 머리 아래로 가려진 듬성한 머리숱이 청년기는 지났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했다.

그는 수줍은 듯 일어나 소주잔을 높이 들고 "우분투"를 외쳤다. 그리고 그 뜻을 음미했다.


한 인간의 완성은 타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기적일 것 같은 공무원 답지 않은, 심지어 직장인 답지도 않은, 제주도 횟집에서 소주잔을 부딪히며 할 수 있는 말 중에서 이 보다 더 우아한 말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언뜻 스쳤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인생을 살면서, 인간적인 완성을 꿈꿨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소주 맛은 카~~~~. 특히 싱싱한 해산물과 같이 먹는 톡쏘는 그 맛은 우분투와 함께 더 달달하게 느껴졌다.


우분투(ubuntu)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건국이념이다. 우리의 홍익인간처럼. 우분투는 우리말로 옮겨쓰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뜻이 있다. 단순하게는 "인간적인 것"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그래서는 이 뜻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 반투어로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라는 뜻을 가진다. 우분투 리눅스 사용자들은 이뜻으로 기억한다. 우분투 리눅스의 문서에는 이 뜻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인간애"(영어로는 "humanity towards others")로 해설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분투의 뜻을 가장 가슴에 와닿게 만드는 번역은 "한 인간의 완성은 타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 것이다. 내가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당신과의 관계를 통해서이다. 아프리카의 지혜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았다. 당신이 존재함으로서 나는 비로서 온전한 인간이 되어 간다. 우리의 홍익인간의 이념과도 많이 닮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리눅스의 이름을 우분투라고 지은 캐노니클의 마크 셔틀워스라는 사람도 달리 보였다. 영국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짜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사람들의 멋진 철학아닌가.


우분투.


술자리에서만 아니라 삶의 순간순간마다 외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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