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란스(Amaranth)
아마란스라는 단년생 작물로 퀴노아를 대신할 차세대 곡물(정확히는 유사곡물)로 불린다. 아마란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아마란토스(amarantos)에서 유래했는데, “빛이 바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꽃을 의미하는 'anthos'가 결합하여 아마란스(amaranth)가 되었다. '빛이 바래지 앉는 꽃'이라는 의미가 있다 .
아마란스는 형태학적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어 분류학자들 사이에서는 골치 아픈 식물로 불리기도 한다. 단년생 작물이 주를 이루지만, 짧은 생애주기를 가진 다년생도 일부 있다. 일부 아마란스 품종은 채소작물이나 장식용 원예작물로 재배되기도 하지만, 주 용도는 역시 곡물이다.
아마란서스(Amaranthus) 속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종들은 여름철 단년생 잡초로, 일반적으로 비름(pigweed)이라 불린다. 현재까지 약 60종이 확인되었으며, 개화기가 따로 없는 게 특징이다. 잎은 붉은색부터 초록색, 황금색까지 다양하고, 또 무성하다.
1977년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기사에서 아마란스는 “미래의 작물”로 묘사되었다. 이 작물은 재배하기 쉽고 값싼 토종작물이다. 토착민들 사이에서는 인기 높은 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수확하기가 쉽다. 아마도 수수처럼 커다란 곡실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이 수확에 들어간다. 다음으로 단백질 원으로서 중요성이다. 아마란스 종실의 단백질 함량은 다른 곡물에 비해 30% 가량 더 높다. 또한 다른 곡물에 비해 필수 아미노산이 라이신(lysin)이 풍부하다. 이에 비해 밀과 옥수수는 다른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다른 곡물과 영양학적으로 서로 보완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란스의 또 다른 장점은 요리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잡초에서 유래한 특징을 다수 가지고 있어 빨리 자라고 이삭 부위는 1 kg 까지 거대하게 성장한다. 아마란스 중에는 이삭 하나에 50만 개의 씨가 들어 있는 품종도 있다.
차세대 퀴노아?
요리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슈 중 하나는 차세대 퀴노아는 무엇일까 이다. 지금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곡물로는 포니아(fonia)와 아마란스(amaranth)가 오르내리고 있다. 한 때는 멕시코에서 옥수수만큼이나 흔했던 아마란스는 수세기 동안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다. 차세대의 퀴노아로 불리며 다시 사람들이 찾기 전까지.
십여 년 전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퀴노아 열풍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퀴노아 가격이 치솟자 볼리비아 사람들은 자신의 주곡 작물마저도 먹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서구인들은 퀴노아를 대신할 다른 곡물을 찾기 시작했다.
아마란스의 역사
아즈텍(Aztecs) 시대에는 huauhtli라고 불렸다. 스페인이 잉카를 점령하기 전까지 아즈텍 사람들은 80%의 칼로리를 아마란스로부터 얻었다. 이외에도 메소 아메리카 전역에서 아마란스는 제례의식을 행할 때 사용되는 술과 음식의 주재료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아마란스를 팝콘처럼 튀겨서 꿀이나 원당(molasses), 초콜릿과 섞어서 먹는데, 이를 알레그리아(alegría)라고 부른다.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기쁨(joy)이라는 뜻이다.
아즈텍 축제기간이면 아마란스 씨앗과 꿀로 신을 형상을 만들고 축제가 끝나는 날 모두가 함께 그 신의 일부를 나누어 먹었다. 스펜인 점령기 동안 아마란스를 재배하는 것을 금했고, 아즈텍인들의 축제는 기독교의 축제로 바뀌어 갔다.
그렇게 사라져가던 아마란스가 1970년대부터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토착 문화의 상징으로서의 중요성, 글루텐 프리의 뛰어난 식감, 요리의 간편함, 영향학적으로 우수한 단백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아마란스는 멕시코의 야생 품종에거 지금은 상업적인 재배가 이루어지는 작물로 탈바꿈했다. 초콜릿이나 쌀 푸딩과 혼합해서 스낵으로 판매되고 있다. 아마란스의 인기는 중미를 넘어서 북미와 유럽으로까지 확산되었다. 퀴노아와 함께께 유사 곡물 (pseudograins)로 불리는데, 곡물과 유사한 맛과 요리방법 때문에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대 곡물의 의미
한계지역(건조지대)에서 적응해온 작물들은 현시대의 주요 곡물(밀, 쌀, 옥수수 등)에 비해 환경적응력이 월등히 우수하다. 농경이 시작된 이래로 곡물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서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농가의 주요한 영양 공급원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인류가 문명을 꽃피우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유전학적으로 전혀 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태고의 작물은 non-GMO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영양가도 풍부할뿐더러 글루텐 프리 곡물로 건강 전문가들로부터 “슈퍼푸드”로 대접받는다. 건강한 다이어트와 장수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때로는 열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이런 곡물들에 대한 열풍이 불어올 것이다. 어느 용자가 먼저 시작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더 중요한 새로운 곡물들
오늘날 5만 종의 식물들이 식품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중 3종류 - 쌀, 옥수수, 밀 - 가 60%의 식물 유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일부 작물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병해충, 가뭄, 홍수 및 여러 자연재해로부터 식량 생산망이 크게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변화 등 급격한 자연재해가 닥칠 때 더 위험해진다.
이렇게 좁은 범위의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물다양성 인터내셔널(Biodiversity International)에서는 농민들이 재배하기를 꺼려하는 종들의 생산을 장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라져가는 유전자원에 대한 우려는 스발바드 세계종자저장소를 세우는 계기가 됐다. 북극지방의 산 아래 깊숙이 자리한 이 저장소는 <최후의 날 종자저장소>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종자를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마란스, 퀴노아, 포니아처럼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이런 작물들은 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뜻하지 않는 자연 재해로 최악의 시나리오에 맛 닥뜨렸을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미지와 주요 내용은 구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으며 일부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인용하였음.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14/07/140708-ancient-grains-quinoa-fonio-food-af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