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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01. 2016

90억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 세계 식량 공급량은 인구증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 세계 식량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은 뭐가 있을까?
- 세계 식량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 세계 식량 공급의 한계는 어디일까?


들어가기


산업혁명 이후로 인구증가는 계속되고 있다. 지구 인구는 2050년이면 90억 명을 넘어간다. 가끔은 이 많은 인구를 지구가 부양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건 곧 90억 명을 위한 식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옮겨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세상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지금 보다 더 많은 식량을, 인구가 증가하는 것만큼 비례해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세계의 인구변화 1950-2010 및 전망


1960년대는 식량의 자급자족은 가능했지만,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매년 2% 남짓)는 많은 사람들에게 맬서스의 예언을 떠올리게 했다. 이때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 등장했다. 다수확 품종과 고투입 농법이 도입되면서 식량 생산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1950년에서 1980년대 사이 식량생산은 2.6배 증가했다. 그렇지만 녹색혁명의 시대가 끝이 나면서 식량생산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1인당 식량 생산량이 감소되는 게 관측되기 시작했다. 지구의 식량생산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이든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은 없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다.


식량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농경지 면적을 더 늘리고 단위면적 당 생산량을 늘려야만 한다. 사실 경작 가능한 땅이 이미 대부분 농경지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단위면적 당 생산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곡물의 평균생산량 및 추수 면적량 변화


지난 25년간 곡물생산량의 연간 증가율, 역사적으로는 1961-2007


1960-70년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농업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 옥수수, 사탕수수, 밀 등 다른 곡물들과 함께, 벼의 다수확 품종이 도입되면서 쌀 생산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다수확 품종은 비료를 많이 사용할 때 생산량이 더 높아졌다. 이와 함께 농약, 관개기술, 농업기계화 등도 수확량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이 중 쌀이 특히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쌀의 증산은 세계 곡물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콩(대두) 역시 전반적으로 생산량이 인구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녹색혁명의 결과로 1인당 식량 생산량은 1960년대 비관론자들의 전망과는 많이 달랐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인구증가가 일어났지만 1인당 식품 공급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증가량이 컸던 반면에 아프리카에서는 나빠졌다. 아시아 지역에서 상황이 개선된 것은 녹색혁명에 따른 쌀 생산량 증가와 정치적 안정이 크게 기여했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1981년 이후에 1인당 식품 공급량은 12%가 감소했고, 1967년 이후 종합해서 22%가 줄어들었다. 20년 전쯤에는 아프리카의 생산량과 소비량이 거의 일치했지만, 지금은 소비량의 80%만을 생산하고 있다. 늘어난 기부와 NGO, ODA 지원 증가와는 상관없이 이런 상황은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1인당 곡물생산량 변화. 1981년을 100으로 했을 때 상대적인 변화율


곡물, 뿌리 및 괴경작물 생산량(선진국, 개도국간 비교), 1961-2001


전 세계의 모든 땅의 면적은 1억 5천만 제곱킬로미터(km2)이다. 대부분의 땅은 농경에 적합하지 않다. 경작 가능한 땅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전 세계 육지 중 1%는 농경지이고, 24%는 초지와 목초지, 산림과 임지가 31%, 나머지 34%는 북극, 사막, 광산, 도시 등과 같이 농경에 부적합한 땅이다. 경작 가능한 땅의 대부분은 개발되었고, 경작되지 않는 땅의 대부분은 너무 가파르거나, 너무 습하거나,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춥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경작 가능한 땅의 80%가 이미 농경지로 사용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지구 생태계의 생산성은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곡창지의 대부분은 중위도 지방에 걸쳐 있다. 이런 지역은 오랫동안 농경의 중심지였고,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다. 열대우림 지역은 그 자체로는 바이오매스 생산성이 높지만 작물을 재배하거나 목축을 하기에는 그리 적당하지 않다. 현대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불평등한 자연조건은 식량분배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기존의 농경지도 도시화로 사라지고, 토양침식으로 토지 생산성은 점점 더 떨어진다. 결국 기존의 농경지에서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남았다.


녹색혁명이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사람들은 기술개발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게 되었다. 맬서스는 더 이상 공포의 저주가 아니라 과학기술을 통해 극복한 기념비로 여겨졌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맬서스를 언급하기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 성공 뒤에 남겨진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1. 동일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다수확 품종을 대규모로 재배하면서 식물 병해충에 취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농약이 필연적으로 사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의 성공은 유기농업과 자연농업, 동물복지, 공정무역 등 수많은 사회적 이슈를 잉태하였다.
2. 엄청난 양의 농업용수가 사용된다. FAO에서는 세계에서 사용되는 용수의 80% 이상이 농업에 사용된다고 추정한다. 언제까지 이게 가능할까?
3. 기술에 대한 의존성이 점점 더 커지게 된 것도 또 하나의 문제이다. 이게 뭐가 문제일까? 결국은 빈자의 농업과 부자의 농업으로 분화되면서 세상의 불평등이 더 커질 것이다. 농업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대규모의 자본과 종자, 병해충 관리, 양분관리 등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거대 자본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세상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 변화가 몰고 올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가?


비료 사용량(N, P, K), 1961-2001


농약 수출입량, 1961-2001


더 나은 농업기술로 이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켜 줄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재배기술과 토양관리기술이 향상되면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유망한 분야는 병해충 관리, 물 절약 관개기술, 무경운 농법, 육종을 통한 종자개량 등이다. 그렇지만 GMO의 논란에서 보듯이 어떤 기술은 사회적 논란을 촉발하기도 한다.


농약의 사용은 1950년에서 1986년 사이에 32배나 증가했다. 개도국에서 농약의 4분의 1을 사용한다. 그렇지만 농약의 부적절한 사용과 과다한 사용으로 식품 오염과 함께 환경부하를 가중하고 있다. 때로는 농민들의 죽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농약은 또한 자연 생태계의 천적을 죽여 해충의 급격한 증식을 불러오기도 한다. 농약 내성인 해충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는 것도 폐해 중 하나이다. 50년 전에는 농약 내성 해충이 수 종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거의 700종에 이르고 있다.


재조합 DNA 기술을 이용하면 식량생산을 늘릴 수도 있고, 단백질 함량 등 영양학적인 특성도 개선할 수 있다. 해충과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만들 수도 있고, 제초제 저항성 작물을 육종 수도 있다. 미국에서만 40종 이상의 유전자 재조합 품종이 허가를 받았다. 이런 대부분의 GMO 품종은 야생 유전자원으로부터 유전자를 얻는다. 브라질에서는 커피 농장을 보호하는데 야생 품종의 유전자가 사용되었고, 멕시코에서는 옥수수에 해를 끼치는 7종류의 병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하는데 야생 품종의 작물이 사용되었다. 미국 의학협회에서는 GMO 품종이 일반 품종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며 부정적인 영향은 발견된 적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회적 논란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의 대두 생산면적(백만 ha)과 glyphosate(성분량으로 백만 kg, RR 제초제) 사용량, 1996-2004


90%의 세계 식량은 15 종의 작물과 8종의 동물로부터 얻어진다. 밀, 쌀, 옥수수, 기장, 사탕수수가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70%의 칼로리)를 제공하고 있고, 단백질 섭취량의 90%를 차지한다. 곡물류는 인류의 주요 식품으로 건조식품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단백질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새로운 작물이 식량 생산에 기여할 잠재력을 크지만 어떻게 도입되어야 할지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는 매우 힘들다.


육지 순생산량 가운데 얼마나 이용할 수 있을까?

육상에서 한 종, 인류, 이 40%의 총 육상 순생산량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구 역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경우는 없었다. 인간의 수행역량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류의 수가 얼마까지 증가할지, 과학기술이 그 증가한 인구를 어느 정도 떠 받쳐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생활양식과 기술에서, 현재보다 인구가 50-100% 더 늘어난다면 육지에서 이용 가능한 순생산량의 5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이럴 경우 공기 및 물 오염과 같이 지구 생태계의 악화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FAO에 따르면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식량의 생산은 가능하지만, 개도국에서 영양 불균형과 같은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한다. 단, 이 가정은 농업연구에 충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역별로 영양부족에 처한 사람들 수


요약


인구증가가 식량공급량을 초과할 것이라는 우려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1950년에서 1990년 기간 동안 인구도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1인당 식량 생산량도 함께 증가했다. 다수확 품종과 고투입 농업기술을 기반으로 한 녹색혁명으로 식량 생산량은 크게 늘었지만, 이에 따른 환경비용도 엄청났다.


대부분의 경작 가능한 땅은 이미 농경지로 사용되고 있고, 농경지로 사용되는 땅은 오히려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환경부하를 최소화하고 식량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농업기술이 식량공급의 미래를 그나마 밝게 한다. 현재 인류는 전 세계 육지 순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증가하는 인구와 늘어나는 식욕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역량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의 육류 수출량(천 톤)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 연간 훼손면적(km2/year)


* 이 글은 "Human Appropriation of the World's Food Supply"의 글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약간의 해석이 곁들여졌습니다. 원문은 http://www.globalchange.umich.edu/globalchange2/current/lectures/food_supply/food.ht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타 자료 인용은 다음에서 했습니다.
- Declining global per capita agricultural production and warming oceans threaten food security (http://digitalcommons.unl.edu/nasapub)
- WORLD AGRICULTURE TOWARDS 2030/2050 (The 2012 Revision), Nikos Alexandratos and Jelle Bruins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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