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곡물의 어머니
잉카(Inca)인들에게 곡물은 신성한 것이었다. 그중 퀴노아(Quinoa)는 “치사야 마마(chysaya mama)”, “모든 곡물의 어머니”라고 불리며 더 귀하게 여겨졌다. 잉카의 왕은 농사철이 돌아오면 황금으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여 퀴노아의 첫 씨앗을 뿌렸다. 우리의 쌀처럼.
유럽인들이 남아메리카를 점령했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스페인 식민통치자들은 퀴노아를 인디언 음식으로 경멸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재배를 억제했다. 심지어 점령자들은 퀴노아 대신 밀을 재배하도록 강요했다.
퀴노아는 높은 영양원을 가지고 있는 곡물류로 단백질과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다. 쌀에 비해 두배 이상이나 많은 13%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퀴노아는 콜럼비안 안데스 문명 이전부터 감자 다음으로 중요한 영양공급원이었다.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가진 유일한 식품으로 미량원소와 비타민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곡물이다. 글루텐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대안 곡물로서도 인기가 높다. 높은 상대습도(40-88%) 환경에서 자랄 수 있고 수천 미터의 고도와 8-38도에 이르는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재배가 가능해 기후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런 특징 때문에 기후변화 시대에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UN에서 이런 퀴노아의 가치를 먼저 인정했다. 퀴노아가 생명과 지역의 문화 유지에 중요한 식품 중 하나라는 걸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는 건강 음식으로서 영양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전통지식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독창적인 사람들에 대한 인정이기도 하다. 퀴노아는 곡물 이전에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가꾸어온 유산이다.
UN은 퀴노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13년을 세계 퀴노아의 해로 지정했다. 가난한 나라의 빈곤퇴치와 식량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퀴노아는 7,000년 이전부터 재배되어 온 고대의 유산으로 현재의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여겨진다. 수량이 높을 뿐 아니라 서리에도 강하다. 빈혈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고,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퀴노아는 대부분은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에서 생산되며,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했다. 곡물이지만 곡물과 다른 유사곡물 분류되는 퀴노아의 독특한 식감으로 인해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퀴노아를 찾고 있다. 또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도 개발되고 있다. 퀴노아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미래에 더 각광받는 작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