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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24. 2016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고찰

일상화된 비정상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정상(正常),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비정상(非正常), 정상이 아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정상과 비정상의 정의이다.


물리적인 세계에서 정상과 비정상은 명확히 구분된다. 중력의 법칙이 작용하면 정상이고 중력의 법칙에 거스르면 비정상이다. 이게 자연적 현상으로 넘어오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정상을 말하려면 통계적인 고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개 그 통계라는 것은 우리의 경험에 바탕을 둔다.


쌀 한 가마니 드는 사람을 보는 것은 요즈음은 흔하진 않지만 그 정도는 정상이다. 그렇지만 두세 가마니를 거뜬히 든다면 이건 약간 비정상, 즉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열 가마니를 드는 사람을 본다면 이건 많이 비정상이다. 눈을 의심해야 한다. 우리 신체의 능력과 관련된 일은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 날씨는 어떨까? 이건 조금 더 복잡해진다.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40도를 넘어가는 더운 날씨는 과연 비정상일까? 살아온 날 수가 다르고 살아온 지역이 다르니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40도는 비정상이지만 저위도에 위치한 아랍 국가들에서는 그저 그런 일상이다. 모스크바에서는 5~60 센티미터의 눈이 쌓여도 도시는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지만, 시드니에서는 10 센티미터의 눈만 쌓여도 도시가 마비된다. 그러니 날씨가 어떻다는 말은 상대적인 의미만 있을 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다행히도 날씨는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 과학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어도 달라진다. 하루는 날씨, 즉 기상이라 부르고, 30년 정도 평균한 날씨를 기후라고 한다. 날씨가 요상한 것을 이상기상이라 하고, 계절이 오락가락하면 이상기후라고 한다. 날씨는 바뀌는 것이고, 기후는 변하는 것이다. 이상한 날씨가 계속 쌓이다 보면 정상인 기후가 되고, 정상인 날씨가 된다.


일상생활에서 정상은 뭐고 비정상은 뭘까. 비정상이 일상화되면 정상이 될까? 외눈박이 세상에서 두눈박이가 비정상이다. 정상이란 정상이어서가 아니라, 일상화되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럼 어떤 행위나 제도가 일상화되면 정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음~~ 좀 복잡해진다.


천동설이 상식이고 지동설이 이단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동설을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정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물리적 세계에서 비정상은 비정상이고 정상은 정상이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 우리가 어떻게 부르던 상관없이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러니 지식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정상과 비정상은 제자리를 잡아간다.


사회적 현상도 그럴까. 좀 많이~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기준은 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쌓아온 가치라는 게 있다. 여기에 부합하면 현시점에서 비정상이라 판단되는 것들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정상으로 될 것이다. 반면에 여기에 반하는 것이면 현재는 정상으로 통해도 미래에는 비정상이 된다. 언젠가는. 그러니 비정상을 일상화해서 정상으로 만드는 노력은 헛된 일이고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낭비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삶에서 보편적 가치를 벗어난 일상화된 비정상을 정상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건 방향성, 즉 벡터의 문제이지, 축적의 시간(스칼라)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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