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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7. 2016

디톡스(DeTox),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진실

새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지난해의 어두웠던 이야기들은 모두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건강을 기원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잘못된 식습관이나 술 등 생활습관으로부터 누적된 “나쁜 것”들을 씻어 내자는데 까지 좀 많이 나가기도 한다. 지방이 잔뜩 붙은 삼겹살, 짜게 염지 된 소시지, 날마다 마시는 커피, 소주와 곱창,..... 소중한 우리 몸이 이런 불량(?) 식품에 끊임없이 노출되다 보니 뭔가 모르게 찌뿌둥함을 느낀다. 


이쯤 되면 이런 마케팅 문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몸 안의 독소를 씻어 내자”, “장 청소”, “몸에 쌓인 노폐물은 건강의 적”, “내 몸의 피로, 알고 보니 독소 때문에?”, 그리고 "디톡스". 이런 류의 마케팅이 건강식품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에 붙어 있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그런 회사들도 그 정도의 수는 읽는지라, 대부분은 의사라는 타이틀이 있는 분들이 방송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영양학적 균형도 강조하고 좋은 건강식품도 한 가지만 계속 사용할 경우 위험하다는 것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디톡스 바람을 타고 “레몬 티톡스 다이어트”, “디톡스 파이토칼라”, “해독주스”, “내추럴 디톡스”, “00 녹즙”, 킬레이션(chelation)..... 너무 많은 디톡스 제품과 서비스가 유통되고 있다. 한때는 해독이라는 용어가 유행한 적도 있었다. “해독 다이어트”, “해독 주스”, “해독 팩”, “해독 마사지”, “해독 체조”, “간 해독”, “장 해독”, 모든 건강이 해독으로 통했다.  올해도 그럴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와 함께 다이옥신, PCB, 중금속, 방사능 등 뉴스에 등장하는 수많은 유해성분을 몰아내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느낀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그렇지만 이런 디톡스 제품과 서비스들이 알려주지 않은 진실이 있다.

 


디톡스는 허구다?


디톡스는 공식적인 의학용어이다. 그렇지만 요즈음은 마케팅 용어로 더 유명세를 탄다. 진짜 디톡스는 냉장고에서 꺼낸 채소나 식품첨가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디톡스'는 알코올, 독극물 및 약물에 중독된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의학적 처치에 붙이는 전문용어이다. 생명이 위험할 때 이루어지는 특수한 형태의 치료방법으로, 약국이나 식료품 가게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 디톡스라는 의학적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제품이나 행위를 마치 의학적인 것처럼 탈바꿈시킨다.


디톡스라는 마케팅이 어떤 가정들 위에서 이루어지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전제 1: 우리 몸에는 독성물질이 축적되어 있어 해독이 필요하다.


디톡스란 사실 우리의 오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종교적인 정화의식은 역사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몸이 중독되어있으므로 정화가 필요하다는, 또는 우리는 죄로서 더럽혀졌으니 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존재했다. 이런 인식이 종교적인 의식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20 세기 들어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 몸의 구조와 생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면서 자가 중독과 같은 개념들은 많이 옅어졌다. 그렇지만, 과학의 시대 이전에는 자가 중독이라는 개념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고 따라서 정화라는 의식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런 과거의 유산이 이름을 바꾸어 다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식품첨가물, 소금, 고기, 불소, 의약품, 스모그, 백신, GMO, 지난밤에 마신 포도주가 우리 몸에 독소를 축적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오늘날에는 글루텐도 이 독소 목록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 독소가 실제로 나쁜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만 디톡스 제품 중 어떤 독소를 구체적으로 제거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수많은 독소 이야기로 겁을 주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밝히는 제품은 없다.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고 독성물질로 이목을 끌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는다. 가능할 것 같지만 특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을 의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단 한건도 없다.


  

전제 2: 질병은 화학적 독소가 몸속에 축적된 결과이다.


마케팅 자료를 보면 우리 몸의 여러 증상들이 마치 독소가 축적되어서 발생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여기에는 두통, 피로, 불면증, 허기 등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증상부터, 때로는 암과 같이 무시무시한 공포를 주는 병명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독소들이 구체적인 증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과학적으로 한 가지 독소가 어떤 증상을 일으키는지 임상적으로 구명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독소들이 수많은 몸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겁을 준다.


현실적으로 우리 몸은 수많은 종류의 자연적 또는 인공적인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런 화학물질들이 우리 몸에 해를 끼친다는 말은 아니다. 일부 천연물질은 독성이 강하지만 우리 몸도 그에 맞춰서 진화해왔다. 우리 몸에는 이미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류가 이렇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피부, 신장, 림프 시스템, 소화기 시스템, 가장 중요한 간까지 인간의 몸은 해독작용을 위한 훌륭한 시스템이다. 아는가 모르겠지만 물도 많이 먹으면 저 나트륨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즉 모든 물질은 과하면 위험하다. 얼마만큼 과하면 위험하냐만 있을 뿐이다.


디톡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주장으로 간과 신장은 독성물질을 거르는 필터 역할을 하고, 오래되면 이 두 기관에 독성물질이 축적되어 효능이 떨어지니 디톡스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간과 신장은 그들의 주장처럼 작동하지는 않는다. 간은 독성물질이 들어오면 일련의 화학공정을 거쳐 독성물질을 화학적으로 살짝 변화를 시킨 후 담즙과 오줌으로 배출시킨다. 신장은 독성물질을 오줌으로 배출한다. 그러니 간과 신장에 독성물질이 축적될 일은 없다. 간 때문이야, 신장 때문이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 몸의 생리학에 대해서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전제 3: 디톡스 처치가 독소를 몸 밖으로 몰아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까지 디톡스 방법으로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나타낸 경우는 없었다. 즉, 시중에 나온 디톡스 방법들이 플라시보 이외의 효과는 없었다. 시중의 디톡스 처치가 독소를 몰아냈다는 증거도 없고, 건강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의학적 연구결과도 없었다. 대체의학적 요법 역시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이런 대체의학적 방법들이 약속했던 간 기능 개선에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았다. 또한 비타민 주입과 같은 방법 역시 간이나 신장의 기능에 어떠한 도움을 주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킬레이트제 주입과 같은 방법이 모든 종류의 질병에 도움에 된다고 광고했지만, 자연요법에 사용되는 킬레이트제는 과학적인 근거도, 효과도 없었다. 실제로 킬레이트 요법은 병원에서 독극물에 중독된 경우에나 사용된다.


그렇다면 디톡스는 위험할까?


디톡스가 간단한 식이요법 정도에 머무른다면 위험할 이유가 없다. 퀴노아나 칼레를 조금 더 먹고, 덜 가공된 음식을 먹는 정도라면 모두에게 추천할만하다. 유사 디톡스 요법 역시 대체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한 물질을 포함하기보다는 대체로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통 디톡스 방법은 위험할 수가 있다. 커피관장 같은 경우 패혈증이나 직장천공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전해질의 불균형이 보고된 적도 있다.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렇지만 비타민 주입과 같은 경우 의학적인 효과도 없지만, 그다지 위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자연요법의 사용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별 효과는 없으면서 호주머니만 털어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무리


디톡스, 청소 등의 단어를 포함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진정으로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것은 그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지갑뿐이다. 해독작용을 표방하는 대체의학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디톡스 처치 방법이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경우는 없다. 반면에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동반할 가능성은 다수 있다. 또한 이런 방법들이 소비자들에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여 적절한 건강관리를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디톡스는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문제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만회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게 만든다. 건강이 허브 박스나 자연요법으로부터 얻어지지는 않는다. 영양 균형이 잘 잡힌 식단과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술이나 약물의 억제가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기본이다. 우리의 간과 신장은 디톡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누가 나와서 “피곤은 간 때문이야”를 외쳐도 그건 그냥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무시해도 된다. 피곤은 간 때문이 아니고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다. 피곤하면 그냥 조금 더 자고, 조금 더 많이 산책하고 고기와 채소가 잘 어우러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충분하다. 


그것 이외에 어떤 왕도가 있을까?


물론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디톡스라는 주스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몸에서 독소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과일 주스는 맛이 있다. 그리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이 글은 <과학에 기초한 의학>(http://www.sciencebasedmedicine.org/)이라는 사이트의 글(Detox: What “They” Don’t Want You To Know)을 기반으로 인용 및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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