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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6. 2016

고로쇠 물과 메이플 시럽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로쇠 수액은 잘 알지만 메이플 시럽(단풍 당밀, maple syrup)이 고로쇠 수액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가  같은 종류의 나무라는 것도 잘 알지 못한다. 실제로는 잎의 생김새도 비슷하고 분류학적으로도 같은 과의 식물이다.


고로쇠나무와 단풍나무


고로쇠나무(Acer pictum subsp. mono)는 단풍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으로 산지의 습기진 곳에 자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나무이다. '고로쇠 수액'은 고로쇠 나무의 체관(xylem)을 흐르는 수액(sap)으로 주로 2~4월에 채취된다. 수액을 얻을 수 있는 단풍나무에는 단풍(sugar maple), 적풍(red maple), 흑풍(black maple) 이 있다.


단풍나무 잎


고로쇠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 동안 광합성으로 합성한 양분을 전분(starch)으로 나무의 몸체와 뿌리 부분에 저장한다. 그리고 봄이 오면 이 전분을 당류로 전환한 후 체관을 통해 다른 부분으로 이동시키는데, 이때 체관에 구멍을 뚫고 파이프를 꼽아 수액을 채취한다. 이것이 고로쇠물(단풍나무 수액)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약간의 단맛이 나고 마그네슘을 비롯한 약간의 무기물이 있지만 특별히 다른 영양소는 많지 않다. 고로쇠 수액의 단맛을 구성하는 주요 당분은 설탕으로 부르는 수크로스(Sucrose)이다.


메이플시럽의 나라 캐나다에서는 단풍나무 수액을 수령이 30-40년 정도 된 나무로부터 주로 채취한다. 한시즌 동안 한그루 당 35-50 리터 정도를 채취하며, 많게는 하루에 12 리터까지 채취하기도 한다. 수액 채취는 체관에 2-3개의 구멍을 뚫고 비닐백이나 플라스틱 통을 달아서 한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는 메이플 시럽은 고로쇠 물을 가열하여 수분을 증발시키고 당분만 남긴 것이다. 두말(40 리터) 정도의 고로쇠 물을 끓이면 1리터 정도의 메이플 시럽(maple syrup, 단풍당밀)이 얻어진다.  


단풍수액의 채취 방법


캐나다 국기에 단풍나무가 그려져 있듯이 엄청난 양(약 2천5백만 리터)의 고로쇠 물을 채취하여 메이플 시럽을 제조한다. 퀘벡이 세계 최대의 메이플 시럽의  생산지로 전 세계 생산량의 75% 정도를 생산한다. 캐나다 전체에서는 전 세계 80~85% 정도를 생산하는 데, 메이플 시럽 수출량만 연간 2,00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플시럽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이라는 라벨을 붙이기 위한 품질규정도 있다. 메이플 나무의 수액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당 함량이 66%를 넘어야만 메이플 시럽으로 인정된다. 메이플 시럽은 진한 색깔과 독특한 향으로 요리전문가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주로 팬케익이나 프렌치토스트, 오트밀, 와플 등에 얹어 먹는다. 커피에 메이플 시럽을 쓰는 것은 특유의 향이 커피향에 묻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버몬트주의 25페니 동전(2001년)


미국 버몬트주에서도 메일플 시럽이 많이 생산되는데 이 주의 주목이 메이플 나무이고, 2001년 버몬트주의 동전(state quarter, 25 페니)에는 메이플 시럽을 채취하는 풍경이 새겨졌다. 캐나다와 미국 모두에게 메이플 시럽은 중요한 모양이다.


고로쇠 물과 건강


우리나라에서는 봄이 오면 고로쇠 물을 마시 것을 하나의 풍습으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나 전날 과음하고 갈증이 날 때 고로쇠 물만큼 좋은 게 또 없다. 갈증도 풀어주고 적당한 무기물의 보충도 도와 해장에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고로쇠 물에는 당분이(Sucrose) 약 1.8%~5% 정도 들어 있어서 약간 단맛이 난다. 2%를 강조하는 음료도 있는데 고로쇠물이 딱 그렇다. 또 약간의 무기물질도 있어서 양분 밸런스가 잘 맞는 것도 장점이다.


고로쇠는 뼈에 좋다고 해서 '골리수(骨利水)'로도 불리는 데 민간요법에서는 위장병과 신경통, 관절염 등에 유용하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최근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에서 고로쇠 수액이 실제로 고혈압 및 비만 억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물론 쥐 실험 정도에서 이니 크게 신뢰할 일은 아니다.


지나가는 말로 고로쇠 수액이 효과를 보려면 뜨거운 방에서 땀을 흘리며, 고로쇠 물을 한 말은 먹어야 효과가 난다고도 하는 데  몸에 이롭기보다는 병나기 십상인 방법처럼 들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고로쇠 물에 들어 있는 약간의 당분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 하였겠지만, 요즈음 같은 영양과잉 시대에 그 정도의 당분과 무기물질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보는 것은 플라시보(Placebo)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한 때는 아이들이 아프거나 하면 흑설탕물을 끓여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 물론 요즈음에야 당분이 비만이나 당뇨병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아서 완전히 시각이 바뀌긴 했지만 설탕이 예전에는 정말 중요한 영양원이자 보약이었던 때도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단풍나무 수액은 캐나다에서는 메이플 시럽이라는 큰 산업으로 발전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고로쇠 수액은 명맥 유지를 위해서는 또다시 건강식품의 길로서 들어서야만 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다시 고로쇠물 철이 돌아오면 이 글을 찾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아마도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일게다. 옛이야기에 흽쓸려 괜시리 한말의 고로쇠물을 마신다고 무리하기 보단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단풍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목이 마르면 고로쇠물 한잔도 좋겠다. 얼음이 녹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고로쇠물 한잔, 이보다 더 좋은게 또 있을까. 건강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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