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이해할 때는 그 근본을 구성하는 과학적 이론(Scientific theory)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론으로 살아남은 것들은 현실 세계를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아주 유용한 수단을 제공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과학적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그 이론을 절대적으로 신봉해서 그에 위배되는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이 생겨난다.
현실을 이해하는 데는 이론적으로 탄탄한 기반도 필요하지만 이론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열린 마음 또한 중요하다.
AD 1-2세기에 살다 간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Ptolemy)는 지구중심설(地球中心說, geocentric model) 또는 천동설(天動說)로 불리는 이론(가설)을 체계화했다. 그 이전에도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등 여러 철학자가 천동설을 주장하였지만 프톨레마이오스가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비교적 정확하게 천체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천동설은 폭넓게 받아들여졌고, 중세까지 사람들의 우주관을 구성하는 우주론이 되었다.
1543년 수도사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 지동설(Heliocentric model)을 주장했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였다. 이는 갈릴레이가 천체 관측을 바탕으로 1610년 펴낸 책과 1596년에 발표된 케플러의 책("우주의 신비")에 의해 더 확실한 지지를 받았다. 지동설은 뉴튼의 중력이론에 의해 강력한 이론으로 정립되었다. 현대의 최첨단 우주관측 기술은 지구는 태양 주변을 공전할 뿐 아니라 은하계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으로 확장되었다.
모든 현대 우주론의 시작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도 불리는 지동설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의 본질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과학적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론이란 우주나 우주의 한 부분 또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것들을 기술할 수 있는 한 가지 모델일 뿐이다.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이든 간에 단지 우리의 머리 속에만 존재할 뿐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스티븐 호킹에 따르면 "좋은 이론이라는 것은 두 가지 요구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하나는 현실세계에서의 수많은 관측들을 몇 개의 임의의 변수를 포함하는 모델로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그 모델이라는 것이 미래에 관측될 수 있는 것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모든 사물은 물, 불, 흙, 공기로 구성되었다"는 이론을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설명을 제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미래의 어떤 예측도 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뉴튼의 중력(Gravity) 이론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예측 능력을 제공한다.
"질량이 있는 물체 간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고, 그 인력의 크기는 대상 물체의 무게에 비례하고 물체 간 거리에 반비례한다."
뉴튼이 제안한 이론은 태양과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처럼 좋은 이론이 되려면 적은 수의 변수로서 복잡한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를 일정한 오차 수준 내에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뉴튼의 힘에 대한 방정식과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단순하면서 현실세계를 예측하는 놀라운 능력 때문이다. 이에 반해서 슈레딩거의 파동방정식은 양자역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는 하지만 그 복잡성으로 인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스티븐 호킹은 "어떤 물리학적인 이론도 임시적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물리학적 이론이라는 것은 가설(hypothesis)이고, 결코 증명할 수도 없다. 이론을 뒷받침하는 아무리 많은 실험 결과가 쌓이더라도 다음번에 또다시 이론이 예측한 데로 관측될 것이라는 어떠한 확신도 없다. 하지만 이론에 위배되는 단 한 가지의 관측이라도 발견되면 그 이론은 부정될 수 있다.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많이 발견될수록 그 이론은 힘을 얻고 살아남겠지만, 이론에 위배되는 새로운 관측이 발견되면 그 이론은 수정되거나 폐기된다.
뉴튼의 중력이론은 상대성 이론의 출현으로 인해 더 이상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여전히 현실 세계에서 운동을 설명하고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우주를 탐구하거나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곳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더 애용된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GPS 위성은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정기적으로 시계를 보정한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모든 우주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단 하나의 이론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들은 신의 완전성을 믿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은 너무 복잡했다. 그리고 인간의 능력은 충분하지 못했다. 현대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우주의 아주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고 이해하는 수준 불과하다.
뉴튼의 역학은 우리가 사는 일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원자의 세계나 우주로 확장하면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 상대성 이론은 우주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미시적인 입자의 세계에서는 거의 유용하지 않다. 현대의 정보화 문명을 만들어 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양자역학에 기반한 전자공학이다. 전자공학에서 전자의 위치는 아쉽게도 확률론적으로 결정되는데 이를 설명하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파동방정식이 사용된다.
우리 인류의 고도화된 문명과 지식이 확률론적인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모든 과학자들에게는 불편하기 그지없는 사실이다. 신의 진리가 확률에 기반한 불완전한 체계 위에 기록된다는 것이 종교가들에게도 못마땅할 것이다.
우주의 처음과 끝, 그 근본을 밝히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들이 소립자 연구에 투자되고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입자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파동이었다는 이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만지는 모든 물체들이 파동에 의해 확률적으로 만들어지는 입자의 형태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안타깝게도 포기하고 싶어진다.
완전한 매트릭스(영화)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서 이런 혼란을 마무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 주길 나 역시 간절히 바란다. 그때가 되면 인간들이 삶에 대한 방황을 그만하고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현실의 먹고사는 문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우주와 소립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