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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9. 2016

믿음과 신뢰의 차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으로...

믿음과 신뢰의 차이에 대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거나 또는 너무 복잡한 설명이라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립국어대사전에서 믿음은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신뢰는 "굳게 믿고 의지함"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두 단어 사이에서 차이를 구분하기는 거의 힘들다.


두 단어는 정말 차이가 없는 것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믿음이라는 단어는 개인적인 영역이나 종교적인 영역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에 비해 신뢰라는 단어는 좀 더 공적인 영역에서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믿음이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상황에서 더 적당하고, 신뢰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상황에서 더 적절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두 단어의 미세한 차이가 문화를 결정하고 인맥(인적 네트워크)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더 깊이 정리해 보았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본 믿음과 신뢰의 차이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이 두 단어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가진다. 믿음을 가지면 개인적인 안정감이 생기고, 신뢰를 가지면 안정감에 의무감이 더해진다.


믿음을 가지는 것은 쉽지만, 신뢰를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서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믿음을 얻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가 신뢰에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믿음이란 그저 서로 선언을 하면서 생겨날 수 있다. 대개는 동문, 가문 등 학연이나 혈연적 관계가 있어야 수월하다.


믿음을 저버리는 것을 배신이라 한다. 믿음은 항상 배신에 대한 두려움을 무의식 속에 동반한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절대로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이 배신이다. 믿음이 클수록 배신의 아픔은 더 커진다. 그래서 개인에게 믿음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큰 위험을 동반한다. 그래서인지 믿음은 종교에서 선호된다. 내가 배신할 수는 있어도 배신당할 일은 없다는 점에서 종교는 위안을 준다. 하지만 믿음은 객관적인 이성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자기 의심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믿음을 지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항군(악마)을 등장시키고 반 믿음에 대한 응징을 수반한다.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신뢰라는 단어에는 배신보다는 "신뢰를 저버리다"라는 동사형 문장이 사용된다. 신뢰를 저버리면 자신의 신용을 떨어뜨린다. 때로는 배신감도 느끼는 데 이는 신뢰와 믿음이 완전히 별개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라는 것은 항상 지켜지지 않을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리스크는 관리(risk management)가 필요하다. 배신의 결과는 참혹하지만 신뢰의 결과는 그보다는 훨씬 덜하다. 그것은 항상 관리되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다시 회복될 수 있지만 배신은 그러기가 참 어렵다. 신뢰는 신용카드 포인트 같이 쓸수록 쌓이는 것이지만, 믿음은 O, X 답안지에 더 가깝다.


믿음과 신뢰란 것이 결국은 같아지는 지점도 있다. 그 깊이가 깊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믿음과 신뢰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존재한다. 믿음이 깊어지면 사람이 바보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깊은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멀쩡한 사람이 이상하게 행동하면 그것은 대부분 믿음 때문이다. 반면에 신뢰가 깊어지는 것은 인간적 성숙을 동반한다. 신뢰를 쌓는 사건들의 반복을 통해 서로가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음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지만 신뢰는 하루아침에 깨어질 수는 없다.



믿음과 신뢰를 구분할 줄 아는 현명한 리더


회사 내에서도 믿음과 신뢰의 문제는 항상 발생된다. 누구나가 서로를 믿고 싶지만 - 사실 처음에는 다들 서로를 믿고 시작한다 - 이 믿음이 오래갈 수는 없다. 믿음이란 단어가 사회적 영역에서는 뿌리내리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믿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러지 못해 괴로워한다.


리더로서 동료들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덕목이다. 신뢰란 것이 쌓이는 것이라면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믿음을 신뢰로 착각하고 성급히 신뢰하게 되면 내가 신뢰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조직 내에서 불신이 쌓여가고 있지만 믿음은 이런 객관적인 증거들을 판단하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믿음은 확증편향을 유발하여 정보를 취사선택 하여 판단을 흐린다.


배신감을 느끼면 리더십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만약 후배들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다면 그것을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리더는 절대로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동료들을 신뢰할 수는 있지만 믿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믿음을 가지면 개인적으로 편해지고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관계가 부드러워지고 나의 지지자가 생겨나는 등 더 좋아지는 면이 있지만, 믿음이란 관계는 생존을 위해 반드시 대항군을 동반한다는 점도 알아둬야만 한다. 직장 내에서 불신과 시기는 어이없게도 이런 믿음을 토양으로 자라난다. 세계평화를 주장하는 종교가 세계평화의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면 그리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뢰 부족이 초래한 인문학의 위기


우리나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에 상당히 우호적인 면이 있다. 물론 이 믿음은 상당 부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믿음을 뿌리로 하고 있다. 아마도 가신으로 불리는 많은 정치그룹들이 이 믿음의 서클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비록 정당한 일을 했을지라도 이 믿음을 해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이상하리 만큼 차갑게 대한다. 장세동 전 경호실장과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보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범법을 했지만 장세동 경호실장에게는 우호적인 반면에 용기 있는 일을 했지만 김용철 변호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우리나라는 휘슬 블로워(Whistle-Blower)가 잘 나타나기 어려운 사회적 인식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동양사회에서는 잘 바뀌기 힘든 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삼국지를 읽은 사람들이 태반인 나라에서 정의보다는 의리가 먼저인 것을 이상하다 하기는 힘들다. 사회적 관계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것보다는 사회경제적 따거(大哥)를 중심으로 한 의리를 형성하기 위해 줄을 대는 것에 더 우선인 사회에서는 인맥(human network)은 최대 자산이 된다.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는 덜 이성적인 사회이다.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력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맞닥뜨린 신뢰의 위기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부족때문에 생겨났다는 생각도 든다. 인문학의 필요성을 현대 사회문제에 대한 치열한 재해석 없이 단지 고전 읽기로 치부해버리는 단순성은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센델)"의 열풍으로 돌아왔다. 우리나라 사회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의로운 사회로 나가길 원하고 있다. 이러한 열망들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인문학은 제대로 해석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진짜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가는 좋은 리더십


직장에서의 리더십이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성급하게 믿음을 주고받음으로써 신뢰에 기반한 리더십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접근 방법이다. 단기간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회적 관계에서의 믿음은 배신을 수반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믿음은 신뢰를 저버리는 것에서 처럼 쌓인 포인트를 차감하는 것이 아니라 O, X처럼 가부만 결정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존재한다.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는 깊어진다.


리더는 동료들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반대 의견을 가진 동료들을 설득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짐으로써 신뢰의 포인트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다. 리더의 자산은 바로 이 신뢰의 포인트이다. 위기의 순간에는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믿음에 의지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신뢰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것이 리더십의 도전 과제이다. 여기에는 왕도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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