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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l 08. 2016

냉장고에 넣어서 좋을게 없는 식품 리스트

나 역시 눈에 보이는 먹을 것은 무조건 냉장고 넣는다. 미래를 위한 나만의 투자법이라고나 할까. 한데 이게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누구나가 한 번쯤은 경험했 듯이 바나나를 냉장고에 넣으면 이내 시커멓게 변한다. 감자도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고구마도 경험상 그렇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냥 습관적으로 넣는다. 특히나 자취생들에게 냉장고는 창고쯤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식만 들어가는 게 아니더라는 놀라운 사실. 그들의 창의력에 경의를 표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창조경제의 역군이 될 자질이 보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냉장고에 넣지 말아야 할 음식(Foods You Shouldn't Keep in Your Fridge)이라며 수많은 블로거의 글이 보인다. 뉴스 기사도 심심찮게 뜬다. 주기적으로 방송 타는 디즈니 영화마냥 이런 상식도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끈다. 냉장고를 사용해야 하는 새로운 세대는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매일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하는 과학자보다 주기적으로 돌려막기 하는 언론인들이 부러워진다.


그래서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역시 야금야금 조금씩 이 리스트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오늘은 몇 가지나 할지 모르겠다. 함 달려보자.


1. 토마토


이 녀석은 족보가 좀 헷갈린다. 과일이기는 하지만 채소처럼 여겨진다. 이게 냉장고와 친하냐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딱히 냉장고에 넣어도 문제는 없다. 뭐 요리 재료로 쓸 거면 계속 딱딱한 식감으로 남아 있어도 상관없으니. 하지만 토마토를 날로 먹을 요량이라면 그냥 밖에 보관하는 게 낫다. 그냥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면서 부드럽고 달콤해진다. 입맛이 당기면 하나씩 먹으면 된다. 토마토는 그렇게 먹는 거다. 


2. 감자


감자는 서늘한 온도, 즉 섭씨 7-10 도 사이의 온도를 좋아한다.  그런데 냉장고는 감자에게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다. 좀 유식하게 말하면 감자의 전분이 당으로 빠르게 전환되어 맛이 후-욱 가버린다. 예전에 농촌에서는 서늘한 광에 보관을 하곤 했었는데 요즈음 도시에서야 사실 대책이 없다. 온도가 높은 실내에 두면 금방 싹이 트고 이내 수분이 빠져나가며 쭈글쭈글 해진다. 깎기도 힘들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또 볕이 드는 곳에 두면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에리는 맛이 난다. 가장 좋은 대안은 종이봉투에 싸서 집안의 가장 써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다.  


3. 양파


역시나 뿌리채소이다. 양파는 감자처럼 껍질이 없다. 대신에 가장 밖에 있는 층이 마르면서 그 역할을 대신한다. 양파는 가능하면 건조하고 써늘한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다른 식품과 함께 두지 않는 게 좋다. 공기 순환이 잘 되는 곳이면 더욱 좋다. 감자와 같이 보관하면 감자의 수분과 가스가 양파에게로 전해져서 더 쉽게 부패한다. 빛에 노출되면 양파가 더 쓴맛을 띠게 되니 주의하자. 비슷한 향이 난다고 부추처럼 수분이 많은 식품과 같이 보관하면 좋지 않다. 부추는 쉽게 상하니 냉장고에 따로 보관하는 게 좋다.


4. 아보카도


일단은 좀 비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과일이다. 굵은 씨, 두껍고 파란 과피, 그리고 굳은 버터처럼 단단한 과육이 특징인 과일이다. 서양 사람들은 버터 대신 빵에 발라 먹기도 하고 주스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아보카도는 나무에서 따고 나서야 비로소 익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구입한 아보카도가 여전히 딱딱한 상태라면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익어서 달콤한 맛을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미 완전히 익었다면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게 좋다. 아보카도의 경우에는 단지 완숙 과정에 따라 냉장고에 넣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5. 커피


냉장고에 보관하면 향을 잃어버린다. 그러니 반드시 밀폐된 용기에 넣어서 써늘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자. 커피의 깊은 향과 신선함을 지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커피콩을 대량으로 보관하거나, 금방 먹을게 아니라면 잘 싸서 냉동고에 보관하는 걸 추천한다.


6. 마늘


싹튼 마늘 맛을 보지 않은 남편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실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마늘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아니다. 신선함이 오래갈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이 녀석은 우리의 이런 순진한 기대를 저버린다. 싹을 틔워서. 그냥 볕이 들지 않는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게 제일이다. 


7. 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요즈음은 냉장고가 너무 크다 보니 식품창고 역할까지 겸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폐해 같다. 그냥 상온에서 뚜껑을 잘 닫은 후 건조한 선반에 보관하면 된다. 높은 당 농도와 낮은 산성도로 인해 미생물이 꿀에서 자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거의 영구히 보존이 가능하다. 반면에 냉장고에 넣으면 굳어져서 꿀이 아니라 엿을 먹게 될 것이다.


8. 통 수박


이것은 좀 의외다. 다들 수박은 냉장고에 넣어 왔으니 말이다. 수박은 시원한 맛이 매력인데.... 쩝. 왜 일까? 미국 농무성(USDA)에 따르면 냉장고에 수박을 보관하면 항산화 물질(리코펜이나 베타카로텐 같은)이 분해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상온에 보관하다가 일부를 잘라서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한 후 먹을 것을 권한다. 수박을 먹을 때 항산화물질을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그냥 냉장고에 넣어도 되겠다. 난 그냥 냉장고에 넣고 먹으련다.


9. 올리브 오일


지방성 식품들은 냉장고에 들이는 게 대체적으로 부적당하다. 낮은 기온에서는 버터처럼 굳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식용유를 냉장고에 넣는 게 불필요한 것처럼 올리브유도 특별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이는 대부분의 기름이 마찬가지이다.


10. 빵


음, 갑자기 식빵을 냉장고에 둔지 거의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는 게 떠오른다. 씁쓸하다. 언제 버릴까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쩝쩝. 시무앙 빵집에서 산 나름 유명한 식빵인데, 안타깝다. 빵은 냉장고에 넣으면 더 쉽게 건조된다. 바싹 말라서 과자가 된다는 얘기이다. 식빵처럼 얇게 썰어 놓은 것이라면 그나마 낫다. 부서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며칠 내로 먹을 거면 뭐.... 그렇지만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다면 냉동고에 넣는 게 현명하다. 잘 싸서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한 후 냉동한다. 먹을 때는 상온에 내어서 천천히 해동한다. 완전히 해동한 후 토스트를 하던 그냥 꿀을 찍어 먹는다. (개콘 버전으로~~ '')


11. 살구, 바나나, 키위, 망고, 자두 등


이 과일들은 대개는 완숙 전에 수확한다. 그러므로 다 익어 먹기 좋게 되기 전까지는 냉장고에 넣지 않는 게 좋다. 단단한 망고를 냉장고에 넣으면..... 음~~ 시도해보지 않길 바란다. 


그 외 일반상식으로 알아둘 만한 것은 과일은 대개 완숙 전에 수확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먹기 전에 반드시 적당히 완숙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괜스레 덜 익은 과일을 먹고는 맛없는 과일을 팔았다고 불평하면 예의도 상식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또 과일이 익을 때는 에틸렌이라는 가스가 배출되는데 이게 다른 식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다른 과일과 함께 두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우려가 있을 때 "공기가 잘 통하는 곳"이라는 주의 사항이 따라붙는다. 환기 잘 시키는 게 좋다.


"www.eatingell.com의 "5 Foods You Shouldn't Keep in Your Fridge", http://www.besthealthmag.ca/의 "14 foods you shouldn't keep in the refrigerator"의 글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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