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가의 터전에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중인 두물머리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이 시작되는 곳으로 수도권에 마실 물을 공급하는 팔당호 끝자락에 위치한 섬이다. 두물머리란 명칭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양수리(兩水里)는 두물머리를 한자로 쓸 때의 이름이다.
두물머리 하면 청춘들에게는 양수리의 낭만적인 카페가 더 먼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이르는 6번 국도는 항상 붐빈다. 그래도 예전에 이차선 도로만 있던 시절보다는 낫다. 그때는 주말마다 주차장이었다. 호수 둘레를 따라 4차선 도로를 물 위에 세웠지만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는 두물머리 물안개를 배경으로 수채화와 같은 풍경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을이 오고 물안개가 필 때면 두물머리 수채화는 사진동호회의 1면을 차지한다. 한 때 전원일기의 배경이 되었던 양촌리가 양평에 있는 것으로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김 회장(최불암)님 댁은 김포에 있다.
두물머리에는 예로부터 유기농업이 발달했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측면이 강했다. 비옥한 퇴적토에서 수도권으로 내다 팔 엽채류와 과채류가 생산되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비닐하우스가 덮였던 두물머리는 이제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아직 낭만적인 모습을 갖추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보였다. 수자원공사에서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3-4년 간의 저항 끝에 대토를 구입할 수 있는 융자를 받고 물러났다. 버려진 다리 위에 나부끼는 깃발들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두물머리를 가로지르는 다리 상류에서는 여전히 유기농 재배가 이루어진다. 온실 속에서 자라는 방울토마토는 높아진 토양수분 때문인지 갈라져 상품성이 없어 보였지만 달콤하고 쌉쌀한 토마토의 맛 그대로였다. 토마토는 이렇게 빨갛게 익었을 때 따먹어야 제맛이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기 전까지 두물머리의 나루터는 강원도 정선과 충북 단양, 그리고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물류의 중심이었다. 댐이 막히면서 나루터는 더 이상 제기능을 하지 못했고, 수도권 사람들의 식수원이 되면서 고기잡이도 금지되었다. 두물머리를 포함하는 팔당댐 일대는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개발의 시계는 멈추었다.
예전에 두물머리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강가에 자리잡은 거대한 수양버들과 400년 된 느티나무 이야기가 나오지만 두물머리 생태공원에는 아직 잡초와 관목만 무성한 듯 했다.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지만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예전처럼 낭만적인 수채화를 이번 늦가을에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한 때 이곳은 번성하는 나루터였고,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었고, 유기농업의 성지였고, 청춘들의 낭만이 어린 추억의 장소였다.
날은 더웠고 땀은 비 오듯 흘렀지만 두물머리가 양수리에서 왔다는 지식을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