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팜오일(Palm Oil)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39%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량은 44%로 세계 최대의 팜오일 생산 국가입니다. 유지(oil)와 지방(fat)으로 구분하면 전 세계 생산량의 12%, 수출량의 27%를 각각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생산 국가이자 팜오일 수출 대국입니다.
그러니 폐기물도 엄청나게 발생합니다. 그양이 9천만 톤을 넘어갑니다. 골칫덩이 이기도 하지만, 폐기물도 어느 정도 양이 넘어가면 귀중한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되죠.
1톤의 팜 송이를 가공하면 약 0.22톤의 팜송이 폐기물(Empty Fruit Bunches, EFBs)이 나옵니다. 팜 폐기물로는 가장 많죠. EFBs는 건조 후 연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퇴비 원료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이번에 방문한 말레이시아 팜밀에서는 유기인증을 받은 유기질비료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말이죠. 신기한 것은 단순히 야적해서 퇴비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바이오 차르(Bio-char)와 유기 양분을 첨가해서 유기질비료로 제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딱딱하던 EFBs의 모습은 6개월 후면 완전히 부드러운 입자상 유기질비료가 됩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농업연구청(MARDI)에서 이전한 기술로 바이오 차르와 유기 양분을 첨가하여 최종적으로 유기질비료를 만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료의 수분 함량이 더 안정적이고 색깔이 검은 게 좋은 품질처럼 보였습니다.
가격은 20 kg 한 포대에 약 1만 원이 조금 못 되는 수준입니다. 그렇게 싸지는 않은데, 유기인증과 바이오-차르를 상당량 첨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겠죠.
유기질비료 제조시설은 일반적이었습니다. 좀 낡았고 시설의 개선이 필요해 보였지만, 퇴비나 유기질비료를 제조하는 데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농업연구청(MARDI)에서는 연구원이 직접 제품 홍보 비디오에 출연하는 등 마케팅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겠죠. 우리나라 정부기관은 상업적인 활동보다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라군(Lagoon)은 팜밀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는 곳입니다. 폭기시설만 라군 당 2개가 있었습니다.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이니 환경오염을 그리 신경 쓰진 않겠지만, 한 때는 CDM 사업으로 이런 시설을 현대적인 메탄발효조로 바꾸는 사업들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폭기조만 설치해도 메탄의 발생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유기농업은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리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지도 않습니다. 그 유기농업을 떠받치는 원료(유기질비료)를 만드는 산업은 나라마다 다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한 때는 골칫거리 폐기물이었지만, 이젠 귀중한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팜유 폐기물들. 말레이시아의 팜유 폐기물로 만든 유기질비료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날도 곧 오겠죠.
말레이시아는 국가경쟁력 순위(WEF에서 발표한)에서 우리나라(26위)보다 한 단계 앞섭니다. 전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서 무엇이 그 원인이었을까를 찾고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의 쌍둥이 빌딩, 새로 건설한 수도, 거대한 팜 산업....
아마 이런 것보다는 말레이시아 인들이 가지는 생각의 유연성과 자신감 같은 것들이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 우리 사회를 보며 느꼈던 그런 역동성(dynamic) 같은 것 말입니다. 다시 한번 더 마음을 다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