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Jan 15. 2017

어른들의 장난감? 이건 가슴 설레는 비행이야!

나의 드론 입문기(1)

어른들의 장난감, 키덜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소한 '다나와' 쇼핑 카테고리에는 그렇게 분류된다.


드론, 이게 과연 장난감일까?


'뭐~ 맞기도 하고' 또 '영~ 아니올시다' 이기도 하다. 진지한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른들의 값비싼 취미는 바람직하지 못한 무엇이 된다. 불량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얼마 전 농업용 드론 인증을 받으려는 사업자가 찾아왔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론을 만드나, 그런 의문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역시나였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농업용 드론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 본체에 몇 가지 부착 장비만 더하여 판매한다. 우리나라는 드론을 포기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2020년이면 150조 원이 시장이라는 데도 불구하고 감히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중국을 넘어설 수 없다고 지레 겁먹은 듯하다.


@Skypixel(by 龙宝宝)에 올라온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 위 영상의 원본 이곳(https://goo.gl/bsMpIQ)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더 멋진 영상과 항공사진들이 많이 있다.


중국에는 부품업체를 비롯해 이미 400여 개의 회사에서 드론과 그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처음엔 군사용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농약살포, 전력망 점검, 영상 촬영 등 상업용으로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 조사와 앰블런스로도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가장 큰 시장은 개인용 드론 - 장난감, 레이싱, 사진 및 영상 등 - 이다. 이 분야는 경쟁도 치열하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다.


드론계의 애플로 불리는 DJI사는 홍콩과학기술대(HKUST)에 다니던 프랭크 왕에 의해 2006년에 창업되었다. 2009년에 첫 제품을 출시했고 팬텀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팬텀 3과 팬텀 4의 연이은 대박으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이미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카메라 드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짐벌(Gimbal)이다. 카메라의 흔들림을 상쇄해주는 역할하는 장비이다. 짐벌과 함께 카메라도 같이 따라간다. DJI는 초기에는 고프로 액션캠을 드론에 부착했지만 팬텀 3부터는 자체 생산한 카메라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핸드헬드용 짐벌도 따로 판매한다. 드론에서 시작해서 액션캠으로, 그리고 짐벌로 옮겨가고 있다.


DJI 팬텀 4, 4K 카메라와 짐벌, 장애물회피용 센서까지 갖춘 레퍼런스급 아마추어용 드론이다. (*DJI 홈페이지에서)



 더 이상 중국은 싼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최소한 이 드론계에서는 그렇다. DJI가 만드는 핸드폰용 짐벌도 3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대개 몇 천 원짜리 셀피(셀카봉)만 써본 사람들에게 삼십만 원이 넘어가는 짐벌이 의아스럽게 보이겠지만, 짐벌이 부착된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게 되면 절로 가격에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회사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한 때 '팬텀 3'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되었던 '3DR Solo'는 땡처리의 수모를 당해야 했다. 800달러를 넘어가던 출시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에서 27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액션캠의 강자 고프로(GOPro)는 샤오미의 자회사 샤오이가 만든 액션캠에 휘청이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싼 맛에 중국산 저가 액션캠을 찾지 않는다. 고프로는 1/5도 안 되는 '짭프로'의 가격 공세에 한번 휘청거렸고, 고프로의 히트작 '히어로 4'를 넘어서는 샤오이 'Yi Camera 2 4K'에 또 한 번 도전을 받고 있다. 한 때 80달러를 넘어섰던 고프로의 주식은 1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짭프로만 봤을 때는 고급 제품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샤오미는 그런 희망마저 부질없게 만들었다.


백문이불여일견, 나는 직접 드론을 날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시도해봤다. 이런~ 이거 물건이네. 내가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런 감이 왔다. 나의 드론 입문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나의 드론 입문기


DJI에서 운영하는 Skypixel(드론전용 영상 공유사이트)에는 멋진 동영상들이 넘쳐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찍은 항공사진과 동영상이 끊임없이 업로드된다.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드론, 이게 취미로 끝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관광산업, 레저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을 같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생산적이지 못한 취미로, 항공안전을 위협하는 불온한 어른들의 장난감,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어떤 것들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뛰어들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드론처럼...


나도 이 드론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시작은 끔찍했다. 치어슨의 CX-20은 한번 띄워보다가 박살이 났다. 30만 원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허무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국민 드론이라 불리는 6만 원짜리 시마(Syma) X-5HW를 구입했다. 다시 기본부터 시작했다.


시마 X-5HW, 이젠 집에서는 좀 날리는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드론의 장점은 집안에서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에서는 집 밖에서만 날려도 법 위반이다. 사실 집안에서도 안될 것 같은데..... 이건 모르겠다. 법을 이렇게까지 두려워하고 싶지는 않다.


집 안에 있는 화분들이 수난을 좀 당했다. 정밀한 컨트롤 연습을 한다고 가까이 붙였다가 생긴 불상사였다. 드론 날개에 화분의 나뭇잎들이 많이 상했다. 마누라 몰래 잔해를 치웠지만 숨기기엔 귀하신 커피나무의 상처가 너무 컸다. 나도 수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서글펐다. 그렀다고 쉽게 물러 설 수는 없는 법, 각고의 노력과 투쟁으로 실력을 연마했다. 퇴근하면 가장 먼저 드론부터 날렸다. 이륙과 착륙, 다양한 곡예비행, 드론 조종이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에 또 연습을 거듭했다.


무릇 백성들과 고난을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대업을 이룬 후에 기쁨을 함께 나눌 수는 있는 법이다.


장난감(?)처럼 보이는가. 그렇지만 FPV용 카메라까지 달려 있다. 실시간 영상이 스마트폰에 나타난다. 뭐~ 비싼 드론과 기능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큰 드론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은 이 장난감 드론으로도 가능하다. 수많은 추락과 충돌이 있었지만 잘 버텨주었다. 진정한 국민 드론이다.


집안의 화분들, 드론의 날개에 많이들 상했다. 컬래터럴 데미지이다.


그런데 이 국민 드론은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심지어는 입김만 불어도 조종이 안된다는 것이다. 부질없이 바람에 떠밀려갔다. 그러니 야외에서 날리는 것은 난망한 기대였다. 더군다나 이 겨울에.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날리는 것만으로 멈출 수는 없었다. 미래 산업을 이 정도에서 맛봤다고 할 수는 없는 법, 이젠 큰 물로 나갈 때가 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험난한 미래(?)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원칙, 균형감, 그리고 착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